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박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온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이 사업확장 과정에 정관계에 다양한 형태의 로비를 펼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전까지 베트남, 중국 등 해외공장에서의 신발제조 사업에 집중해온 박 회장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국내에서 항공권 판매, 골프장 준공 및 운영, 아파트 시행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 정밀화학업체(휴켐스), 보안인증장치 개발업체(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 등을 인수하며 입지를 넓혀 갔다.
우선 2003년 10월 첫 취항한 호치민(베트남)-김해간 직항로 개설과 관련해 승인권이 있는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 등에 대한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박연차 회장이 ‘내 역할이 컸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2004년 리얼아이디(구 패스21) 인수과정은 두 가지 의혹에 휩싸여 있다. 윤태식 전 패스21 소유주는 지난 5월 “박연차 회장과 김모씨가 공모해 ‘사업확장 후 다시 주식을 반환하겠다’고 속여 주식을 양도해 간 후 주지 않고 있다”고 창원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이 사건은 현재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이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대검은 이와 별개로 노건평씨가 차명으로 10억원을 리얼아이디에 투자한 사실을 확인, 투자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확인 중이다.
노씨와의 커넥션 의혹은 박 회장이 2005년 정산컨트리클럽을 개장한 과정에도 제기되고 있다. 노씨가 소유하고 있는 정원토건이 골프장 진입로 공사를 맡았는데, 박 회장과 노씨가 서로 이권을 공유하며 여러 불법행위에 개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창원지검은 2005년 진해 우림필유아파트 건설사업 관련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다. 박 회장이 소유한 정산개발의 자회사 DNS건설이 시행사로 참여했는데, 진해시 고위 관계자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2006년 태광실업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다른 업체들을 제치고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를 인수한 것은 당시 정대근 농협 회장과의 커넥션 때문이라는 의혹이 짙다.
박 회장과 관련이 깊은 금융회사들도 함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소속의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은 휴켐스 인수 당시 태광실업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참여해 일정지분을 인수했는데 이들의 참여과정에 로비 혹은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또 신한캐피탈이 2006년 12월 인수한 골프장 가야CC는 사실상 박 회장 소유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한캐피탈이 인수한 후 휴켐스 대표였던 정모씨가 가야CC의 상임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창원지검에서 압수수색한 경남은행, 농협 경남본점 등도 박 회장의 비리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박 회장의 전방위적인 사업확장 과정에 권력 실세나 정관계 인사들이 개입했는지 밝히는데 수사의 사활을 걸고 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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