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은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을 국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끌어당겨 준 기업이다. 나아가 북한으로 하여금 폐쇄의 한 켠을 헐어내게 함으로써 부분적이나마 개방으로 나서게 한 기업이다. 그 기업이 이명박 정부에 'SOS(긴급 구조요청)'를 보내고 있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다른 급한 일이 생겼다고 못 들은 척 하기엔 대한민국이 민망하다.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 개발사업 등은 이미 우리끼리의 내부적 문제만은 아닐 뿐더러 현대아산의 존폐는 경제논리에 따른 한 사업체의 흥망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라는 이름의 대기업 내부사정을 얘기하자는 것이 아니며, 고 정주영ㆍ정몽헌 회장의 유업을 새삼 밝히자는 것도 아니다. 현대아산의 활약은 한반도 긴장 완화와 직결돼 왔으며, 그 역할이 순전히 기업이윤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음은 직ㆍ간접적으로 사업에 참여했던 200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관광객 피살로 인해 7월에 금강산 쪽이 폐쇄되고, 최근 개성 쪽이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되면서 매출액의 90% 가까이 남북사업에 기대고 있는 현대아산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엊그제 김하중 통일부 장관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현대아산은 남북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촉구하면서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한 현대아산 및 협력업체들에 대한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남북관계 정상화야 정부로서 당연한 바람이이어서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해 재정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달라는 읍소에도 우리는 크게 공감한다. 이윤이 목표였든 민족적 사명감이었든 현실적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한 기업에 사업 외적인 요인을 자체 희생으로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지금의 남북간 교착상황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조만간 다시 물꼬가 트일 때 더 나은 쪽으로 전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차원에서라도 현대아산과 그 협력업체들은 튼튼하게 자리를 지켜야 한다. 건설회사의 부도나 금융기관의 부실을 일으켜 세우는 것보다 훨씬 소중하다. 'SOS'에 대한 정부의 안목 있는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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