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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렉스' '자폐아들 음악천재로' 싱글맘의 장애 넘은 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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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렉스' '자폐아들 음악천재로' 싱글맘의 장애 넘은 모성애

입력
2008.12.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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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루이스 지음ㆍ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 발행ㆍ388쪽ㆍ1만3,000원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 뇌기능 장애를 가진 사람이 천재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렉스> 는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세상과 싸워 이긴 승리의 기록이다. 저자 캐슬린 루이스와 아들 렉스의 이야기를 통해 절망이 강인함으로, 다시 강인함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목도할 수 있다.

캐슬린은 프랑스에서 일하다 고향 미국으로 돌아온 뒤 1995년 아들 렉스를 낳았다. 하지만 의사는 축하 대신 "아들과 함께 하는 삶이 너무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려준다. 앞을 보지도, 말을 하지도 못할 것이고, 휠체어를 타게 될 것이며, 튜브로 음식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예언. 그 예언은 현실이 됐고 캐슬린은 신경쇠약에 내몰려 절규한다. "어째서 저와 이 어린 것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겁니까!"

비 내리는 어느 날, 캐슬린은 칭얼대는 렉스를 달래기 위해 차 안에서 모차르트를 들려준다. 빗소리에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던 렉스가 순간 차분해졌다. 이 작은 발견이 모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두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디지털 피아노에 렉스는 자석에 이끌리듯 달라붙었다. 별다른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음에도, 렉스는 네 살이 되던 해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연주한다.

자폐증 환자인 렉스는 음악을 통해 세상 속으로 다가섰다. 병원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어린 환자와 부모들을 감동시키고, 유아원 졸업식에서 학부모들이 눈물을 쏟게 만들고, 맹아를 위한 기금 마련 공연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낸다. 인기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유명세도 타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의 초점은 그렇게 '눈물을 짜내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에만 맞춰져 있지는 않다.

캐슬린은 이 책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가 장애인 교육을 어떻게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장애 어린이들이 어떻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등하게 성장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렉스는 적응력을 기르기 위한 25분짜리 체육 수업을 한 주에 네 번 받도록 되어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법률이 정한 규정을 어긴다는 뜻이었다." 책이 주는 진짜 감동은 신파적인 인간 스토리가 아니라 이 부분에 있다. 장애를 가진 천재 어린이와 꿋굿한 싱글맘이 '사회적 장애'를 넘어서는 발걸음이 페이지마다 찍혀 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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