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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아빠들의 부엌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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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아빠들의 부엌 찾기

입력
2008.12.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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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이라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방송 중 이야기 한 대목에서 하던 일을 잠시 멈추었다.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인데, 엄마는 아침밥 짓는 일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으셨다는 딸의 인터뷰 내용이다. 갑자기 엄마에 대한 감정으로 눈가에 눈물이 슬그머니 선다. 나의 엄마 역시 매일 아침을 준비하셨고, 늦잠으로 허둥지둥 뛰어 나가는 내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떠먹이려 대문 밖까지 함께 뛰시던 분이셨기에.

그건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그야말로 생명을 주는 일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양육이 부엌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는 게 아닐까. 엄마 젖 냄새 까지 기억해내진 못해도,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은 오감을 통해 전해지며 기억 속에 살아있다. 아빠가 벌어주는 돈으로 엄마가 음식을 했을지언정 자식에겐 그 먹는 것이 엄마의 손끝에서 나오는 생명줄로 아는 것이다.

주걱에서 전해지던 따끈하고 구수한 누룽지, 밀가루를 반죽하여 또각또각 썰고 팥물을 진하게 낸 칼국수, 지금처럼 김장때면 노란 배추 속을 뜯어 양념소를 얹고 깨를 잔뜩 뿌려 입에 넣어주시던 엄마의 모습이 있다. 우리는 음식으로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그 가운데 엄마를 보고 엄마의 절대적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강의로 몸이 잔뜩 고단해져 들어와서는 출출한 배를 잡고 냉장고 문을 열 때, 오랜 작업으로 과로에 감기 몸살까지 몸이 버거울 때, 엄마가 해주는 밥이 참 그리울 때가 있다.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지내면 다 나을 것 같고 아주 건강할 거 같다며 아이 같은 푸념을 해보기도 한다. 엄마는 그야말로 '영원한 보약'이다.

정말 난 어느 맛있는 식당의 음식보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맛있다. 이것저것 본래 요리를 잘하시기도 하시지만 엄마의 음식이 건강하고 또 그 맛에 익숙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나는 썩 요리를 잘하는 편이 못 된다. 맛이 없기 보다는 음식 하는 일이 꾸준하지 못하다 보니 메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걸로 변명을 좀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곱 살 난 딸이 제일 맛있어 하는 음식은 내가 해주는 음식이다. 밥하기 귀찮을 때가 적잖이 있는데, 그럴 땐 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나가고 싶지만 아이는 한사코 엄마가 해준 게 제일 맛있다며 동조를 하지 않는다. 아이가 미식가가 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그렇다면 곧 엄마와의 요리를 즐기거나 엄마의 시중을 받으며 밥이 먹고 싶다는 호기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나를 최고의 요리사로 치켜세우는 딸이 예쁘기만 하다.

부엌은 그렇게 만들고 먹고 마시며 대화하는 성장의 공간이다. 부엌엔 이야기가 있고 이미지가 있다. 그 중심엔 늘 엄마가 존재한다. 자식은 먹을 거 만들어 먹여주는 엄마에게 알게 모르게 설득당하는 건지도 모르며. 아빠보다는 대개 엄마 편을 들어주는 일도 이 부엌이 만들어낸 역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요즘 아빠들의 '부엌 찾기'가 부쩍 늘었다. 노년에 당신 고생했다며 함께 식탁을 차리거나 설거지를 돕는 일 정도가 아니라, 젊은 아빠들 가운데에는 요리에 잔뜩 재미를 붙이며 양육의 기쁨을 함께 하는 일이 많아졌다. 똑똑한 아빠들은 아는 것이다. 부엌이 자식들과 아내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장소임을.

휴일엔 아니 어떤 특별한 날 아빠가 중심이 되는 요리가 있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최고의 '아빠표 영양분'이 될 것이다. 아이는 아빠의 사랑을 먹고 자라며, 아빠와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아이는 커서 아빠가 만들어준 음식과, 함께 나누던 식탁에서의 정감을 기억할 것이다.

안진의 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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