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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컬 성공법칙/ 무대기술로 음악으로 영화를 뛰어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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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컬 성공법칙/ 무대기술로 음악으로 영화를 뛰어넘어야

입력
2008.12.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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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무비컬'(Movical) 바람이 거세다. 올해 신작 창작뮤지컬의 주요 트렌드였음은 물론, 각 제작사들이 최근 발표한 내년 작품 라인업에도 무비컬이 심심치않게 눈에 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무비컬을 바라보는 뮤지컬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 아직까지 영화를 그대로 재현한 유아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무비컬이 명품 콘텐츠로 거듭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뮤지컬 전문가들과 함께 무비컬이 반드시 갖춰야 할 성공법칙을 찾아봤다.

■ 카메라워크 뛰어넘는 무대기술

전문가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무비컬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무대와 관련된 조언을 우선적으로 내놓았다. 영화를 뮤지컬의 소스로 선택하는 것은 소설이나 희곡과 달리 영화적 특성이 무대에 발현될 기술력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메리 포핀스' '빌리 엘리어트' 등 해외 성공 무비컬을 예로 들며 "배우의 앞뒤를 자유자재로 비추는 카메라워크에 버금가는 무대 세트를 선보이는 작품이야말로 무비컬의 본보기"라고 말했다. 따라서 "무비컬을 제대로 구현하기에 한국 뮤지컬 시장은 아직 한계가 있으며 앞으로 장기 공연을 전제로 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역시 이들 두 작품에 대해 "텍스트는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플라잉 기술' 등의 무대기법으로 영화보다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유 단장이 "대형 빨간 구두의 비주얼 이미지가 좋았다"는 이유로 '싱글즈'를 비교적 잘 만든 한국 무비컬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영원한 숙제 '장면 전환'

템포가 빠른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무대에서 따르자면 호흡이 가빠진다. 시공간에 제약이 없는 영화를 공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장면 전환이 잦아지면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많다.

공연칼럼니스트 조용신씨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둔 '금발이 너무해'의 경우 춤을 강조하면서 장면 전환을 빠르게 진행시킨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는 "편집된 미장센이 영화의 중요한 장치인 것과 달리 뮤지컬은 무대의 총체적인 흐름을 관객이 호흡하고 체험하는 예술 형태인 만큼 두 장르의 문법이 다르다는 것부터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역의 재발견

영화에서 놓쳤던 조역을 재발견하면서 드라마가 무대 문법에 맞게 재구성된 무비컬의 성공 사례도 놓쳐서는 안된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브로드웨이의 성공 무비컬 '프로듀서스'의 경우를 들어 "영화에서 주요 캐릭터가 아니었던 '울라'를 쇼의 느낌을 살려야 하는 뮤지컬 장르 특성상 메인 캐릭터로 적절히 변형한 것이 재미를 더했다"고 분석했다.

■ 원작의 그림자 걷어내는 것은 음악

영화의 무대화는 검증된 콘텐츠를 활용하고 대중적 인지도를 안고 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원작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진 나머지 원작에 끌려다닐 수도 있기 때문. 결국 그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는 것은 확실히 귀에 감기는 음악이다. 영화에 나왔던 음악에만 집중하면 이는 리바이벌쇼에 그칠 뿐이라는 이야기다.

■ 흥행영화≠흥행 무비컬

무엇보다 흥행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무비컬의 소재로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컴퍼니' '고궁뮤지컬 대장금' 등을 연출한 이지나씨는 디즈니 원작 만화영화를 무대로 옮긴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예로 들며 "결국 무비컬은 영화에 음악을 입히는 작업이지만 흥행 영화마다 영상미, 이야기의 서사성 등 강점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음악을 입혔을 때 아름다운 영화는 따로 있다"면서 "프로듀서의 정확한 판단에 입각한 원작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제작자가 본 무비컬

"내가 만든 영화가 뮤지컬로 변신했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싱글즈'(내년 1월 18일까지 백암아트홀) '라디오스타'(3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미녀는 괴로워'(내년 2월 1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영화의 제작자들은 이들 무비컬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 라디오스타 김인수 시네마서비스 대표

원작이 음악과 관계된 영화여서 그런지 현장에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맛이 쏠쏠했다. 다만 뮤지컬은 음악에서 극적인 요소가 나와야 하는데 영화 삽입곡을 제외하면 기억에 남는 음악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미 완성된 드라마에 어울리는 음악을 작곡하기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아닐까 싶다.

▲ 싱글즈 윤상오 싸이더스FNH 제작이사

화려한 안무와 빨간색 하이힐을 활용한 무대 디자인 등 감각적인 볼거리로 쇼적인 부분을 보강, 영화와는 확실히 다른 차별성을 가지는 데 성공했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뮤지컬에서는 영화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나 진한 애환은 조금 묻혔지만 장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 미녀는 괴로워 박무승 KM컬쳐 대표

뮤지컬은 노래가 위주가 돼야 하니 무비컬은 노래에 대한 친근함이나 대중성이 중요한 부분이다. 다행히 '미녀는 괴로워'는 '마리아' '별' '뷰티풀 걸' 등 이미 영화를 통해 화제가 된 곡들이 사용돼 노래의 대중성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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