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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에콜로지카' 한계 다다른 자본주의의 대안 '생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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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에콜로지카' 한계 다다른 자본주의의 대안 '생태주의'

입력
2008.12.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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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고르 지음ㆍ임희근 등 옮김/생각의나무 발행·184쪽·1만1,000원

세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아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이 던져지고 있다. 단지 일부 금융상품이 잘못 개발되었고 일부 경제활동의 주체들이 부패한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애초부터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이 이러한 파국으로 나아가게끔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 앙드레 고르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상품 생산만으로는 이윤 증식의 한계에 다다른 현대 자본주의는 갈수록 금융의 비중이 커지고, 실물 경제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몸집을 불린 금융산업은 결국 거품이 터져 불황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르는 노동자계급에 의한 자본주의의 전복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가 보기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는 자본과 노동은 그 어느 편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없다. 대신 성장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판매하기 위해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욕망의 주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고르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해 욕망을 부추기는데, 반대로 욕망과 필요에 의해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협력해서 필요한 만큼 자율생산하는 공동체가 그가 꿈꾸는 유토피아다.

<에콜로지카> 는 2007년 20년간 병상에 누워있던 아내와 동반자살하기 전 고르가 직접 자신의 사상이 집약된 7편의 짧은 글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스위스 로잔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사르트르의 영향을 받아 실존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고르는 프랑스에서 언론인으로, 사상가로 활동하며 1960년대 이후 자본주의 비판이론과 생태주의 사상을 펼쳤다.

인간의 경제 체제와 지구의 생태를 연관짓는 통찰력은 높이 살 만하다. 단 정밀한 경제학적 분석은 없어 일면 현실성 없는 사변으로 그칠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문제가 이처럼 뻔하다면 거꾸로 자본주의는 왜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로 남는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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