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에 매서운 질타를 가하면서, 정부가 농협 개혁의 고삐를 다시 죄기 시작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농협에 대해 늘 문제로 지적돼온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인적 쇄신을 포함한 고강도의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날 세종증권 매각 비리 등에 연루된 농협에 대해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들은 다 죽어가는데 정치다고 왔다갔다하며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 "농협이 (금융해서 몇조씩) 벌어 갖고 사고나 친다"고 비판하자 서둘러 후속조치를 취한 것.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정부에 강도 높은 농협 개혁을 추진토록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농협이 지배구조 개선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 및 기강 쇄신을 통해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농협이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도 이날 신용ㆍ경제ㆍ축산 등 3개 사업부문 대표이사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신용사업부문의 지주회사제 전환 ▦인적 쇄신 ▦유사업종 자회사 통합 등 구조조정을 신속 추진하기로 하고, 5일 비상경영위원회에서 세부실천계획을 내놓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또 농협 중앙회장의 인사권도 제한할 방침이다. 인사추천위원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현재 중앙회장이 사실상 단독 추천하는 각 사업부문 대표이사, 감사 등 주요 임원의 인사권을 넘기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하고,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인 농협법 개정안을 수정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전날까지만해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에서 이 문제를 농협 정관 개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온적이었으나 하루 만에 입장이 선회했다.
인사추천위원회 도입은 중앙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같은 중앙회장의 인사권 제한을 지난 9월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에는 포함했다가 여론 수렴을 거치면서 백지화, MB정부의 농협 개혁도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농협의 저항에 좌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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