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엔 피죤하세요.'
빨래비누 하나로 빨래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탁 후 옷을 입을 때 거친 질감, 줄어들어 꽉 끼는 옷, 따끔거리는 정전기 때문에 고생 한 사람들은 빨래에 '피죤'을 했다.
피죤은 1978년에 국내 최초로 출시된 섬유 유연제다. 피죤의 이윤재 회장이 70년 대 화학회사 동남합성에서 근무하던 당시, 미국에서 판매되던 섬유 유연제를 써 본 후 국내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주부들이 빨래비누 한 장과 빨래판을 들고 손방망이질을 하던 시대에 피죤의 개발은 참신했다.
피죤은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국내 시장에 정착했다.
국내 시장에 섬유 유연제가 처음 출시되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피죤으로 머리를 감아도 되나요, 정전기 방지하려면 두꺼비집에 뿌리나요, 세제 없이 세탁해도 되나요."
소비자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에 이 회장이 직접 가발을 사와 실험을 해보기 까지 했다. 수많은 실험 끝에 피죤이 섬유 정전기를 방지하고 결을 유연하게 해 주지만, 세정 효과는 없다는 결론이 났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영어로 비둘기를 의미하는 '피죤'이라는 이름은 상호명과 제품명이 같으면 누구나 쉽게 기억하는데다 단어가 주는 어감의 부드러움을 살리고 소비자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자는 차원에서 이 회장이 만들었다.
섬유 유연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피죤은 1톤 트럭 1,200대 분량인 1,500만 개 샘플을 무료로 나눠줬다. 또 90년 대부터는 주부 모니터 요원을 선발하고 전국 2만5,000여 개 피죤 취급 점포를 통해 고객 불만 사항에 귀를 기울였다. 그 결과 땀 흡수력 강화, 헹굼물 투명도 증가, 방취효과, 거품과 세제찌꺼기 제거, 아로마오일 첨가 등 기능성이 더욱 강화됐다.
피죤은 1978년 이후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그 동안 판매량은 올해 8월까지 약 10억6,209만40ℓ. 하루 판매량만 19만3,983ℓ에 달한다. 우리나라 1,588만7,000가구 당 연간 약 3개(개당 1.5ℓ)씩 사용하는 양에 해당한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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