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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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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소비

입력
2008.12.0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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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때까지 "절약하고 저축하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 절약할 게, 저축할 돈이 애당초 없는 가난한 집 놈에게 무슨 헛소리야? 하는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절약하고 저축을 해야만 나도 잘되고 나라 경제도 잘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여인이 아주 젊었을 적에 말했던 것이다. 쓰기도 해야 되는 거라고!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찌나 낯설었던지. 하지만 그 여인의 귀여운 말은 시대를 선도했다. 소비가 미덕이 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새시대의 청소년들은 '투자'라는 말은 질리게 들었어도 '절약' '저축'이라는 말은 거의 못 들어봤을 것이다. 불경기는 소비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다.

은행이 돈을 움켜쥐고, 중소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고, 실직자가 늘어가고, 취직을 할 수가 없고, 돈 쓰는 이가 없으니 가게와 서비스업은 파리를 날리고, 은행도 위험해지는 악순환이다. 무엇보다도 최대의 소비자였던 청소년들이 부모가 가난해지자 덩달아 가난해졌다. 청소년들이 돈을 안 쓰자 부모들의 직장이 위험해졌다. 끝없는 소비로 굴러가던 글로벌 경제가 멈추기 직전이다. 고기 먹던 사람이 풀을 먹고 사는 지경이랄까, 여유로운 소비로 살다가 꼭 필요한 소비도 힘겨우니 우울하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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