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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오바마의 개방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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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오바마의 개방적 혁신

입력
2008.12.0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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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생존 방식은 혁신이다. 신기술이 쏟아져 무한 경쟁하는 환경에서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하지 않고는 기업이건 개인이건 생존하기 어렵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만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유연한 조직은 혁신의 필수 조건이다. 인적 물적 자원과 기술을 혼자서 해결하는 과거의 수직체계로는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핵심 역량만 틀어쥐고 다른 영역은 개방해야 한다. 소니와 삼성이 LCD 분야에서 손잡듯이 적과도 동침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도움 없이는 자기의 한계를 이길 수 없다.

'열려진 혁신체계(Open Innovation System)'는 기업에만 요구되는 게 아니다. 급변하는 국내외적 환경에 대응해야 할 정부야말로 조직을 열어두고 혁신해야 한다. 정부 조직과 인사가 닫혀 있을 때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살릴 수 없다. 그 결과는 비극이다. 국정은 뒤틀리고 민심은 찢어진다. 국가 경쟁력 약화는 예정된 수순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차기 정부 인선에는 개방성의 실험정신이 녹아 있다.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외교 사령탑을 맡기고 부시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키는 것은 쉬운 결단이 아니다. 경제팀 인선에서도 백악관의 몇 자리만 측근으로 채웠다.

좌측 성향이 강한 그이지만 인선의 뚜껑을 연 결과 요직은 중도파와 실용파의 몫이었다. 규제와 재정확대가 요구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균형 예산에 집착하고 탈규제를 강조해온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후학들을 기용하는 역발상도 흥미롭다.

어렵게 쥔 권력을 오바마 당선자가 나누는 이유는 간단하다. 링컨식 통합과 화합이라는 의미가 붙지만 정치적 생존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게 보다 냉철해 보인다. 권력 체계를 개방함으로써 정치적 기반을 더 다질 수 있다는 계산된 결과라는 얘기다. 변화의 바람을 타고 당선했지만 오바마만큼 정치적 한계를 많이 지닌 미국의 대통령은 없었다.

소수계인 흑인 출신인 데다 겨우 4년의 상원의원 경력을 가진 정치 신인이다. 백인들은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고 워싱턴의 기득권은 그의 약점을 끊임없이 들추려 할 것이다. 민주당이 14년만에 백악관과 상ㆍ하원을 차지한 것은 그에게는 행운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의회를 좌지우지할 힘까지 얻은 것은 아니다.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 기득권과 의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오바마는 검증 받은 각 분야 최고의 권위자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개방함으로써 잠재적 장애를 껴안는 생존의 묘수를 찾았다. 성공을 보장할 수 없지만 출발은 힘차 보인다. 리더십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호평 속에 그는 곧 백악관에 입성한다.

오바마에 비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자산을 많이 가졌다. 이념적으로 다수인 보수층과 기득권의 지지를 받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권력 기반이 튼튼한 영남 출신이다. 그만큼 여유가 있다. 권력을 나눠줘도 흔들리지 않을 공간이 넓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열지 못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을 짧은 시간 내 되찾아야 한다는 명제에 갇혀 있다. 그래서 인사도, 정책도, 이념의 시계추도 과거로 되돌리는 데 급급해 보인다.

연말 연초 청와대와 정부 개편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권력을 독차지하고 싶지 않은 정권은 없다. 하지만 개방적 혁신 시대를 사는 오늘날 폐쇄된 권력은 퇴보를 불러올 뿐이다. 권력의 핵심은 놓지 않더라도 지역과 이념을 뛰어넘어 널리 사람을 찾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을 나눌 때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오바마 당선자가 일러주고 있다.

김승일 국제부장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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