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디스크인가?'물론 그렇지 않다.
척추는 척추뼈와 디스크와 여러 신경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구조라 부위별로 다양한 질환이 생긴다. 요통은 이런 척추질환으로 나타나는 공통된 증상일 뿐이다.
특히 나이 들면 척추도 퇴행해 디스크 질환은 물론 척추관협착증이나 압박골절 등이 생긴다. 물론 이런 질환은 요통 외에도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만 쉽게 구별하기 힘들다.
따라서 요통이나 손발저림 등 이상증세가 계속된다면 전문적인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자가진단은 증세를 악화시키거나 치료가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 척추분리증
척추분리증은 척추 후관절의 위ㆍ아래 돌기가 분리돼 불안전해진 상태를 말한다. 척추는 전방부 척추체와 후방부 환형(環形)구조물로 돼 있고 환형 구조물 안에 뇌와 연결된 척수신경이 지나간다.
척추 후방부에는 위ㆍ아래 2개씩 환형 구조물인 '후관절 돌기'가 있다. 후관절 돌기가 서로 결합된 구조가 이루면서 척추도 안정된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관절 돌기 연결이 끊어져 척추가 분리된다.
5번째 요추에서 주로 많이 발생한다. 척추분리증이면 척추가 불안전해지고 허리가 아프고 다리 방사통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별다른 증세가 없는 경우가 흔하다.
대개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척추 후방이 불안전해져 위의 척추가 앞으로 밀려나가는 척추전방전위증이 나타나면서 알게 된다. 척추분리증은 유전 요인 때문에 생기지만 외상이나 잘못된 자세로도 발생한다.
■ 척추관협착증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낡아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려 생긴다. 척추 뒤쪽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척추관이다. 나이 들면서 척추관을 둘러싼 척추 마디가 굵어지거나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지는 퇴행현상이 일어난다.
척추관이 좁아지면 그 안의 신경이 눌려 엉덩이나 다리가 아프고 저리게 된다. 세란병원 오명수 척추센터장은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60대 이상 환자 중 50% 이상이 척추관협착증"이라며 "그러나 대부분 환자는 단순한 요통으로 인식하고 뒤늦게 병원을 찾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디스크와 구별해야 한다. 디스크는 하지 통증을 계속 호소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서있거나 걸을 때 즉, 척추를 펴고 있을 때에 아프다. 또 척추관 자체가 좁아져 신경다발을 전체적으로 누르므로 엉덩이와 다리 전체가 아프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걷기 힘들고 허리를 굽혀 걷기 때문에 '꼬부랑 할머니병'이라고 불린다. 이렇게 통증을 줄이려고 허리를 계속 굽혀 걸으면 평소에도 허리를 굽히게 돼 척추 자체도 변형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장기간 굵어진 뼈마디가 척추관 신경을 압박하므로 물리치료만으로는 낫기 힘들다. 물론 대부분 환자가 60세 이상이어서 수술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령환자에게 맞춘 새로운 수술법인 연성고정술을 시행하면 완치율이나 회복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 척추압박골절
척추골절은 대부분 척추가 주저앉는 양상을 보이며 허리와 엉덩이 부분, 옆구리 통증이 생긴다. 통증이 심해 걸을 수 없고 거의 누워 생활한다. 골다공증이 주 원인이다. 척추가 약해져 있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진다.
그래서 골절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처음엔 단순 요통으로 여겨 방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서진 척추를 그대로 두면 골절이 악화할 뿐 아니라 척추가 비정상적으로 굳어져 변형이 된다.
이때 골절로 인해 척추가 앞으로 굽어지면서 '척추후만증'이 생기고 만성적으로 허리가 아프다. 또, 이런 경우에는 통증은 물론 척추 모양이 변형돼 또 다른 척추압박골절을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원인 모르게 허리가 아프면 일단 병원으로 찾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골절이 악화되면 치료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
세란병원 척추센터 박상우 과장은 "가벼운 척추압박골절은 보조기를 사용해 4~6주 정도 안정하고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호전되지만 골다공증이 심하면 척추성형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후종인대골화증
일반에게 아주 생소한 이 질환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흔하며 50대 이후에 많이 발병한다. 후종인대는 척추 뒷부분의 위에서 아래로 붙어있는 인대로 척추를 정렬하고 디스크를 보호하는 조직이다. 후종인대골화증은 후종인대부위가 골화(뼈로 변함)돼 두꺼워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증상을 말한다.
손이 저리거나 다리에 힘이 없어지다 보니 목 디스크나 뇌중풍 등으로 오해한다. 또 원인이나 진단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치료가 늦어지기도 한다.
초기에 발견하면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되지만 사지마비 같은 심한 증상이 동반되면 후종인대를 제거하거나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감압수술을 해야 한다.
■ 강직성척추염
류마티스질환인 강직성 척추염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척추에 염증이 생기면서 점점 굳어져 움직임이 둔해지는 질환이다. 흔히 관절염 증상과 비슷해 '척추 관절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여성보다 남성이 5배 정도 많다. 척추 관절과 천장(엉덩이 쪽)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초기에는 뻣뻣한 느낌이나 통증, 부종 등이 생긴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척추의 연결 부위가 굳어져 마치 대나무처럼 허리가 굳어버린다.
주로 아침에 허리가 뻣뻣하면서 통증이 있고 운동하면 호전되고 휴식 시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치료법은 운동이다. 운동은 통증을 줄여주고 관절 강직을 막고 관절운동을 원활히 해주므로 중요한 치료법이다.
■ 척추 수술후 통증관리 중요
척추 질환에서 수술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척추 수술은 다시 수술을 받는 경우가 흔하고, 무엇보다 재활 치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술 후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통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만성 통증 환자 2명 중 1명은 수술 치료 실패에 대한 좌절감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통증증후군'이란 수술 후 회복 과정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되는 증상이다. 처음부터 진단이 잘못된 경우도 있지만 신경유착이 나타나거나 수술 후 요추 불안정증이 원인이다.
수술 후 통증증후군 치료에는 주사치료와 운동치료, 약물치료 등이 주로 쓰인다. 특히 주사치료에는 '감압 신경성형술'과 '신경가지치료술' 등이 있다.
감압 신경성형술은 미국 텍사스대 의대 가버 라츠 교수가 고안해 세계적으로 검증됐다. 이 시술은 길이 300~600㎜의 카테타(케이블 형태)를 척수신경이 지나는 통로를 통해 척추 신경근에 도달시켜 특수 약물을 주입하거나 박리 등 간단한 조작으로 염증과 부종을 치료하는 것이다.
척추수술 후 생긴 신경 유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유착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판명되지 않아 수술 후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 수술은 특히 고령자나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질병으로 수술이 힘든 경우에 많이 쓰인다. 시술 후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 절제술의 경우 보통 1~2개월의 회복기간이 필요하지만 감압 신경성형술은 절개 부위가 5㎜ 정도에 불과해 1~2일이면 충분하다.
신경가지치료술도 대표적인 비수술적 주사치료법이다. 실시간 컴퓨터 X선 촬영기를 통해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신경을 찾아내 약물을 주입한다.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1~2㎝ 정도만 절개하므로 회복과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인천나누리병원 이동걸 원장은 "수술 후 생긴 통증은 운동과 약물치료 등으로도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감압 신경성형술과 신경가지치료술도 권장할 만 하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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