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저녁이라고 예외는 없어요. 어르신들께 따뜻한 저녁 한 그릇 대접해야지요."
대구 성서경찰서 민원실 황윤경(30ㆍ여) 경장은 7년째 매월 넷째 주 목요일 저녁이면 대구역 뒷편 허름한 가건물을 찾는다. 노숙자와 독거노인 등 형편이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저녁을 한 그릇 대접하기 위해서다. 이날이면 어김없이 저녁 6시30분까지 무료배식장에 도착, 200인분이 가능한 밥솥을 씻고 산더미처럼 쌓인 반찬을 다듬는다. 자원봉사 동료들과 함께 쌀밥에 육개장, 오징어볶음, 김치, 고등어조림 등을 조리한 후 8시30분이면 배식에 들어간다. 한 시간이상 줄을 선 이웃들이 밥을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5∼10분. 설거지까지 마치면 저녁 9시다.
"저녁 8시30분이면 다들 많이 배고픈 시간이죠. 눈깜짝할 사이에 한 그릇 뚝딱 해치운답니다."
황 경장이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2년 대구 북부경찰서 민원실에 근무할 때다. 현재 북부서 여성청소년계 천태광(경위) 계장의 제안에 따라 '한민족을 사랑하는 모임' 봉사단을 결성했다. 다 같은 핏줄, 한 민족이라는 의미다.
봉사단에는 초창기 경찰관 10여명과 일반 자원봉사자 10여명 등 20여명이 참가, 지금까지 비슷한 규모의 회원을 유지하고 있으나 인사이동 등으로 초창기 멤버는 황 경장 등 5, 6명에 불과하다. 회비는 한달에 1만원이다. 한끼 배식에 총 드는 비용이 17만원이어서 회비만으로도 충분하다.
겨울철 찬바람 맞으며 찬 물에 손을 담그다보면 몸이 고단하기도 하지만 "잘 먹었다"는 한마디면 거짓말처럼 피로가 풀린다. "서로 주고 받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녹일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번달은 무료급식 봉사 날이 성탄절과 겹쳤다. "오히려 성탄절이라서 좋아요. 결혼 2년, 아직 신혼이지만 회사원인 남편도 잘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밥 한끼에 이웃들의 얼굴이 조금이나마 펴지는 것을 보면서 성탄의 의미를 새길 겁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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