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의대 연구진은 최근 급속히 발전한 유전자 분석 기술과 생명공학연구원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 짧은 시간에 한국인 참조표준 유전체를 구축해냈다. 연세대 의대 백융기 교수는 유전체 해독이 "국제공동연구였던 인간게놈프로젝트(HGP)에 참여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일시에 회복시키는 쾌거"라고 말했다.
■ 한국인 고유의 DNA
연구팀은 유전체 전체를 해독하는 한편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는 염기서열(단일염기다형성·SNP)을 분석해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김 원장의 DNA에서 발견된 SNP는 총 323만개로 왓슨, 벤터, 양후안밍과 비교해 완전히 새로운 SNP가 158만개였다.
유전체 전체의 0.06%에 해당하는 것으로 DNA 염기 1만개 중 6개꼴로 한국인 고유의 염기변이여서 앞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서양인인 왓슨과는 0.05%, 중국인인 양후안밍과는 0.04%의 차이를 보여 아무래도 서양인보다는 아시아인과 DNA를 공유하는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인종 90여명의 SNP를 분석해 만들어진 인류 계통도에서 보면 김 원장은 중국인과 일본인이 분기하는 지점에 위치했다.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안성민 박사는 "기존 데이터를 보면 한국인과 중국인의 DNA가 상당수 겹치는데 김 원장의 DNA는 중국·일본인과 뚜렷하게 차이를 보여 한국인을 대표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맞춤의학 첫 걸음
장기적으로 이번 연구는 맞춤의학의 기초적 토대가 된다. 가천의대팀의 다음 목표는 공개된 23개의 위암세포주(이 중 18개는 한국인 위암세포주)의 염기서열 전체를 해독, 김 원장의 DNA와 비교해 위암에 특이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서양인이 아닌 한국인의 유전체를 표준으로 삼기 때문에 보다 유효하게 위암 관련 유전자를 규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효과적인 약을 처방하는 맞춤의학이 현실화하려면 개인 유전체 해독이 대규모로 이뤄져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 2003년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 이후 꿈꾸던 맞춤의학이 아직 답보 상태에 있는 것도 유전체 분석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과정을 보면 맞춤의학은 성큼 다가와 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발표된 게놈프로젝트가 13년간 2조7,000억원을 쏟아부은 결과였던 반면 지난해 벤터의 유전체 해독은 4년에 1,000억원, 왓슨은 4개월에 15억원으로 줄었다. 가천의대팀은 7개월간 2억5,000만원을 들였을 뿐이다.
내년 미국의 한 회사는 5,000달러에 한 사람의 유전체를 해독해주는 사업도 시작한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미국 중국 룩셈부르크 등은 100명에서 2만명까지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피 한 방울로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꿈의 맞춤의학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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