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우리 기업들의 '암울한' 성적표가 공개됐다. 유가와 환율 고공행진 덕에 외형상 매출은 늘었지만 비용 증가로 수익은 20% 이상 곤두박질 쳤고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4년 만에 다시 100% 위로 올라섰다. 특히, 이익을 냈는데도 대금회수 지연으로 현금수입은 마이너스인 기업이 외환위기 때보다 많은 전체의 3분의1에 달해 '흑자도산' 우려를 점점 높이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전국의 1,624개 상장ㆍ등록법인을 조사해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의 3분기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6% 늘어 올 2분기 증가율(24.8%)보다 높았다. 원유 등 원자재가와 환율이 상승하면서 제품 판매가격이 올랐고 3분기까지는 수출도 호조를 보이면서 매출 증가세가 이어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겉만 그럴 듯할 뿐 실속(수익성)은 크게 나빠졌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중인 3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분기보다 1.7%포인트나 줄어든 5.9%에 그쳤다. 이는 1,000원 어치 물건을 팔아 2분기에는 76원을 수익으로 남겼지만 3분기에는 59원만 남았다는 얘기다. 5.9%는 분기별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이자손익이나 환차손 같은 영업외 이익을 감안해 법인세를 내기 직전의 최종 수익을 뜻하는 매출액 세전순이익률(2.8%)은 2분기(6.7%)에 비해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이 역시 통계 작성후 최저치. 3분기 영업외 손실(8조7,400억원) 가운데 95%(8조3,000억원)는 외환관련 손실이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적자기업'도 전체의 30.8%에 달해 역시 2분기(26.3%)보다 늘었다.
수익성 악화는 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104.3%)은 2분기 말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2004년 2분기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박진욱 기업통계팀장은 "환율 상승으로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늘었고 차입금도 증가함에 따라 부채비율이 100%를 넘었지만 여전히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는 낮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경기 여파로 재고가 쌓이고 판매대금 회수가 안돼 기업들이 실제 손에 쥐는 현금이 급감한다는 점이다. 당장 자금이 부족하면 유동성 악화로 이익을 내고도 파산하는 '흑자도산'이 늘어날 수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법인 629개 가운데 올들어 9월까지 손익계산서상에 영업이익을 내고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기업이 전체의 34.8%를 차지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때(23.1%)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실제 96~99년 사이 파산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을 내고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던 업체였다. 한은 관계자는 "수출과 생산활동이 꺾이는 추세를 고려할 때 4분기에는 기업경영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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