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성인 피고인에게 소년법을 적용해 형량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광주지법 A판사는 10월8일 오토바이를 훔쳐 상습적으로 핸드백 등을 날치기해온 혐의로 기소된 B(19)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절도)죄를 적용, 징역 장기 1년6월, 단기 8월을 선고했다.
B씨를 소년으로 보고, 소년법에 따라 형량을 확정하지 않은 채 상ㆍ하한만 정해 놓은 부정기형을 선고한 것이다. A판사는 당시 B씨가 소년범이란 이유로 정상을 참작해 형량도 감경해주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올해 6월22일부터 소년법 상 '소년'의 기준이 '20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낮아진 사실을 모른 A판사의 실수였다.
1989년 9월생인 B씨는 범행 시점도 올해 7월이어서 개정 소년법상 소년범에게 적용되는 형 감경을 받을 수 없고, 법관의 '작량감경'을 받더라도 절도죄의 경우 최하 1년6월의 징역을 선고받아야 했다.
게다가 A판사는 부정기형의 하한선을 정하면서 1년6월(18개월)의 절반을 8개월로 착각해 1개월을 추가 감경했다.
A판사의 실수는 B씨가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하면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3일 "원심판결에 착오가 있었지만 현행법과 판례에 따라 피고인만 항소할 경우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고, 부정기형과 정기형 사이에서 경중을 가릴 때도 부정기형 중 최단기형을 기준 삼을 수밖에 없다"며 B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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