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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예산민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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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선 '예산민원 전쟁'

입력
2008.12.0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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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예산안에 반영해 주세요."

3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 회의장 앞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서울 지역 초선인 A 의원이 지역구 최대 현안인 나노ㆍ정보기술(NIT)의 예산을 따내기 위해 예산안 심의와 확정권을 갖고 있는 계수조정소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을 필사적으로 쫓아 다닌 것이다.

보통 같은 당 의원들끼리는 전화통화 등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관례지만 A 의원은 예산 관련 부처 직원들로 북적거리는 복도를 휘젓고 다니며 체면이 구겨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A 의원은 "지식경제부 지원 예산인데 해당 상임위에서 반영시키지 못했다"며 "오늘 소속 상임위 회의도 빠지면서 부탁했는데 쉽지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일부터 예산 심사절차가 진행되자 예산 따내기 전쟁이 여지없이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의 불참으로 예산심사가 파행을 겪고 있지만 계수조정소위 소속 의원들의 사무실은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 등의 요구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회의원회관 2층에 있는 한나라당 B 의원실은 하루에도 100명이 넘는 민원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듣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시민단체 등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하라고 무작정 찾아 오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부지사 등도 계속 찾아오고 있어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이 12일 예산 배분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ㆍ도지사들을 국회로 초청해 예산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B 의원은 요즘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아예 전화기를 꺼 놓고 다니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같은 당 B 의원실도 사정은 마찬가지. 장애인협회, 보육시설 대표 등 예산의 실제 혜택자들이 전화 공세에다 직접 방문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예산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C 의원실의 경우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찬반이 나뉜 민원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고 있어 하루종일 정신이 없다. 찬성론자들은 배정된 예산을 지키라고 촉구하고 있고, 다른 쪽은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고 주장하고 있어 난처한 입장이다.

12일 오후 민주당 D 의원실에는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정부 산하 기관의 본부장이 무작정 찾아오자 의원보좌관이 돌아가라고 핀잔을 준 것이다. 이 보좌관은 "기관의 다른 사람이 벌써 3번이나 찾아왔다"며 "너무 자주 오는 것도 업무방해"라고 관련 서류만 받고 1분 만에 돌려보냈다.

계수조정소위 소속 의원들의 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보좌관들이 줄을 서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강원 지역의 한 재선의원 보좌관은 "계수조정 소위보좌관은 요즘 너무 바빠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평소에는 잘 알고 지내서 협조 요청하는데 계수조정 동안은 말을 붙이기도 힘들어 계수조정소위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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