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규모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근 4년 만에 다시 2,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아 어느정도 불가피한 지출이었다 해도 요즘처럼 공포가 위기로 번지는 상황에서 보유액 급감세는 적지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왜 줄었나
올 3월 사상최고치(2,642억달러)를 찍은 외환보유액은 이후 8개월 동안 637억달러나 줄었다. 100억달러 이상 줄어든 7월 등 전반기에는 환율급등을 막으려는 당국의 달러매도 개입에 많은 돈을 썼다. 392억달러나 급감한 10월과 11월 들어서는 달러부족에 허덕이는 시장에 대거 보유액을 푼 것이 컸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스와프 경쟁입찰을 통해 75억달러를, 재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한 경쟁입찰방식 등으로 67억달러를 지원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 강세 여파로 유로, 파운드화 등 자산의 환산가치가 떨어진 것도 감소의 한 원인"이라며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우리와 보유액이 엇비슷한 나라들의 보유액도 올들어 큰 폭으로 감소해 보유액 순위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더 떨어지나
2,000억달러 붕괴는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달간 당국이 푼 319억달러는 그 동안 밝힌 공급 예정액(약 550억 달러)의 약 60% 수준. 예정대로라면 아직 231억달러가 더 나가야 한다. 이 중 상당액은 당장 12월에 풀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외국계은행 국내지점들의 결산과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비율 관리 등으로 연말까지 추가적인 달러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는 지난달부터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10월 경상흑자의 5배(255억달러)에 이르는 자본수지 순유출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국외로 빠져나가는 달러가 월등히 많은 상황이다. 한은은 다만 경상흑자와 한미 통화스와프 효과 등으로 지난 두 달 간의 급감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 없나
2,000억과 1,999억이 다른 이유는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최근 미국에서 통화스와프 자금을 들여온 것도 우리 외환보유액 감소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한은은 설사 보유액이 잠시 2,000억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 보유액이 줄어든 만큼 은행들의 단기외채도 감소, 위기시 상환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은 철저한 대비를 주문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덕룡 국제거시금융실장은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는 중국과 일본, 유럽 등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해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