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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출신 일아 스님 '한 권으로… ' 펴내/ "불교 뿌리인 팔리어 경전 푸대접 아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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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출신 일아 스님 '한 권으로… ' 펴내/ "불교 뿌리인 팔리어 경전 푸대접 아쉬워… "

입력
2008.12.0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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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불경인 팔리어 경전을 읽어야 한국 불교의 수준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어요."

천주교 수녀 출신으로 비구니가 된 일아(62) 스님이 미국에서 17년간 공부한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책으로 썼다. 그가 펴낸 <한 권으로 읽는 빠알리 경전> (민족사 발행)은 초기불교 언어인 팔리어로 씌어진 방대한 경전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을 부처의 생애, 부처는 누구인가, 계율ㆍ자비ㆍ수행ㆍ마음챙김의 가르침 등 주제별로 모았다.

서울여대를 졸업하고 고교 교사로 일하던 그는 수도생활을 동경해 처음에는 천주교의 수녀가 됐다. 명동성당 뒤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에 입회해 6년간 수녀로 계성여중에서 가정과 종교를 가르치다 1982년 탈퇴, 법정 스님의 소개로 울주 석남사에서 출가해 비구니가 됐다.

"집을 떠나 독신으로 살면서 수도생활하는 것은 수녀나 스님이나 똑같습니다. 다만 교리만 다를 뿐입니다. 불교는 수녀원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알게 됐어요. 그때 수녀들 사이에 법정 스님 책이 '인기 짱'이었어요. 학교에서 담임을 맡으면서 일에 휘둘리고 회의심이 생기던 차에 불교에 끌렸지요. 가톨릭도 좋아하지만 제게는 불교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았어요. 불교는 한 마디로 자유, 얽매이는 게 없다는 점이 끌렸어요."

현재 석남사 선원장으로 있는 법희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일아 스님은 행자 생활을 거쳐 운문승가대학에서 불교를 배웠다. "기독교에는 예수님의 직설이 담긴 신약성경이 있는데 저는 그걸 외우다시피했어요. 그런데 승가대학에서는 중국 선사들의 어록만 가르치고 부처님의 직설이 담긴 초기 경전은 배우지 못했어요."

그는 부처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가르쳤는지 알기 위해 태국과 미얀마에서 2년간 위파사나 수행을 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스토니브룩주립대 종교학과와 웨스트대 대학원 비교종교학과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불교만큼 수행을 강조하고, 또 직접 하고 가르치는 종교는 없어요. 저는 누구든지 만나면 '스님 되라'고 권하는데 독신으로 수도생활하는 걸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도 하루종일 책만 읽어도 마음이 피곤하지 않아요."

그는 팔리어 경전을 수십번 독파했지만 이번 책을 쓰기 위해 대학 강의도 그만두고 2년간 칩거하면서 번역을 했다. "한국 불교가 팔리어 경전을 푸대접하는 게 해도해도 너무해요. 팔리어 경전은 불교의 뿌리인데 말이죠. 이 한 권을 읽으면 팔리어 경전을 '빠삭하게' 알 수 있다고 자신해요."

일아 스님은 앞으로 불교를 널리 전파한 아소카 대왕 등 초기 불교에 관한 책을 계속 낼 생각이다.

남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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