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투자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보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당초 투자를 결정했을 때와 달리, 현지수요가 크게 줄고 있는 데다 기업 자체 판단으로도 굳이 불황기에 공격 경영을 펼칠 이유가 없어서다. 뿐만 아니라 잘못 M&A에 나섰다가 시장의 '뭇매'를 맞아 주가가 폭락하는 역작용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어, 기업들은 더욱 더 신중해지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미국 남동부 조지아주에 총 1억6,000만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했다. 현재 기초공사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었는데, 미국 내수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터라 완공시기를 일단 1년 정도 미루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는 인도와 베트남에 각각 120억달러와 50억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지 정부와 마찰 등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일정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 내부적으로 사실상의 잠정 중단을 결정한 상태다.
사실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 미탈이 인력감축과 신규투자 철회를 선언할 정도로 시장흐름은 불투명한 상황. 때문에 현지 광산업체 발레와 함께 브라질에 제철소를 짓기로 했던 동국제강도 당초 지난 10월말 예정됐던 착공 시기를 내년으로 미뤄놓았다.
2014년까지 비석유자원을 30조원 수준으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SK네트웍스도 관련 투자를 중단했다. 톤당 180달러에 육박했던 유연탄 가격이 최근 100달러 언저리까지 떨어졌지만, 해외광산업체들이 하락한 가격을 인정하려 들지 않아 추후 원자재값 추이를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SK네트웍스는 자원확보를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세부 전략은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활로 개척도 난항을 겪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26억달러 규모의 복합단지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포스코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와 현지 경제위기 등을 고려해 올 하반기 분양계획을 연기했다.
이 밖에 아직까지는 투자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고민 중인 기업들도 적지 않다. 기아차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30만대 규모의 미국 조지아 공장을 내년 말 완공할 예정인데, 미국시장에서의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만큼, 공장 완공 및 가동 시기를 늦춰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브라질 상파울루에 추진 중인 소형차 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남미시장 수요 둔화 등을 고려해 추진 일정을 미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경련 이병욱 산업본부장은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은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예측불허의 상황이기 때문에 리스크 최소화 차원에서는 투자유보가 현명할 판단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자원 분야의 경우 오히려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기수기자
유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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