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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36> 보수와 진보의 대결 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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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36> 보수와 진보의 대결 Ⅱ-범죄

입력
2008.12.0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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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나의 의회 보좌관들이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초상화 두 장을 들고 왔다. 공화당의 창시자인 링컨의 초상화를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의 지역구 사무실에 걸자는 얘기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의원들의 사무실에서는 링컨의 초상화를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민주당 의원 사무실엔 민주당을 창당한 제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의 44번째 대통령이 되며 민주당 출신이다. 4년 뒤 또 출마를 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재선이 되면 모두 합쳐 8년을 재임할 수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4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네 번이나 당선돼 1932년부터 1945년까지 재임했다. 네 번째 당선되고 1년이 지나 그가 서거하자 부통령이던 해리 트루먼이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됐다. 루스벨트를 마지막으로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8년 이상 대통령을 하지 못하도록 1951년 2월 27일 미 헌법 개정안 제22조가 못을 박아놓았다.

미국에서 8년을 채운 대통령은 역대 43명 중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합쳐 전체의 3분의1에 불과한 13명이다. 자그마치 30명이 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지만 오바마가 4년 뒤 재선에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태어나야 하고 35살 이상으로 적어도 미국에서 14년 넘게 살아온 사람이어야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여러 차이점 중 아마도 경제 분야 다음으로 그 차이가 큰 것이 범죄에 대한 정책일 것이다. 간단히 말해, 범죄를 저질렀으면 마땅히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공화당의 정책이라면, 민주당은 범죄예방에 더 치중하며 범죄자라도 이들을 재활 교육해 사회에 다시 적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공화당의 주장으로 '3 strikes and you are out.'(세 번 범죄를 저질렀을 땐 무조건 감옥 행) 이란 법이 통과되기도 했었다. 이 법이 통과된 뒤 심각하지 않은 범죄라도 세 번 저지르면 감옥에 가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나는 범죄예방, 그리고 범죄인들을 교화해 다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법대로 벌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요즘은 덜 하지만 1990년대 초만해도 미국은 갱 싸움에서부터 편의점을 상대로 한 좀도둑, 은행 강도 등에 이르기까지 범죄가 최악의 상태였다. 한인타운을 겨냥한 강도 사건이 빈번했고, 그 결과 한국계 상인들도 강도들의 총에 희생되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 이민 온 한인들은 주로 흑인 촌에서 장사를 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한인 주인이 자신의 가게에 들어와 주스를 훔쳐 달아나던 체격이 유난히 큰 흑인 10대 여자와의 몸싸움 와중에 총을 발사해 사망케 한 사고가 생기면서 한인들과 흑인 사회의 관계가 극도로 긴장됐던 때도 있었다. 요즘은 이런 좀도둑은 많이 사라졌고 대신 지능적인 사기꾼들이 불어나고 있다.

범죄와 관련한 민주당의 이념은 범죄, 특히 청소년 범죄는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범죄의 근본을 연구하고 예방하는데 정부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처벌을 중시하기보다는 교육을 통해 재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반면 보수 성향인 공화당은 범죄를 저질렀으면 일단 그 대가를 반드시 혹독하게 치러야 하며, 이미 희생당한 가족들에 대한 대책도 없이 범죄자만 국민의 세금으로 보호하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사회환경을 탓하기 전에 우선 그 부모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 아울러 범죄로 인해 풍비박산이 난 희생자들의 가족을 국민의 세금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부분 언론은 늘 범죄자들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나 사회적 불평등을 앞세워 범죄를 저지르기까지의 불우한 환경을 보도하면서도 희생자나 그 가족들의 뼈아픈 슬픔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낮에 뉴욕 번화가 한 복판에서 버젓이 범죄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못 본 척 지나가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방영되면서 많은 미국인들은 놀랐고 수치스러웠다.

나도 한번은 한인 교포가 운영하는 '세븐 일레븐'편의점에 들렀다가 별안간 맥주를 들고 달아나는 청소년이 밀치는 바람에 땅바닥에 넘어져 안경을 깨뜨린 적이 있다. 이런 파렴치한 도둑놈들은 모두 잡아다 감옥에 보내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며칠 뒤 이 강도는 붙잡혔고, 나는 법원으로부터 증인으로 출석해 달라는 통고를 받은 적이 있다.

하원에서 예산심의를 하다 보면 예외 없이 제기되는 문제들이 있다. 즉, 공화당 측에선 감옥을 더 짓고 경찰의 수를 늘?? 미성년자들의 범죄로 인한 손해배상은 그 부모가 갚도록 하되 못 갚을 때는 부모가 대신 감옥에 가도록 하는 법안들이 쏟아져 나온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사회사업 관련 부처의 예산을 대폭 늘려 감옥을 직접 방문해 범죄자들을 교화하는 교육을 강화하자는 법안들을 내놓는다. 또 가난한 동네나 흑인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집결돼 있어 사고가 잦은 동네에 농구장 등 운동시설을 대량으로 설치하고, 밤늦도록 운동할 수 있도록 전기시설도 마련하고, 문제 청소년들이 범죄 대신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스포츠 프로그램을 시행하자는 예산안들도 쏟아져 나온다.

공화당에선 이를 'Midnight Basketball (심야의 농구)'라고 조롱해왔다. 공화당 의원들은 범죄예방 프로그램에 수십억의 예산을 퍼부어도 범죄는 해마다 늘고 '심야의 농구장'은 마약 매매장으로 변하며 어떤 범죄자는 아무리 정부가 돈을 퍼부어대도 도저히 변하지 않는다고 민주당을 공격한다. 사회적응을 거부하며 출옥하면 또다시 죄를 범해 감옥을 빈번히 드나드는 악순환 범죄자들은 더 이상 정부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주장은 결국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강력한 대책을 세우고 사형제도를 강화해서 흉악범들을 영원히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 때면 여러 지역 경찰관들이 모인 경찰관연합회 같은 단체에서는 어김없이 공화당인 나를 지지했고, 반대로 사회사업가 (Social worker) 들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비교적 다소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선거를 치를 때마다 진정한 공화당이 아니라는 공격을 받곤 했다. 그래서 아무리 악법이라도 법은 법이라는 미국의 원리원칙, 인정 사정도 없는 잔인한 법 앞에서 여러 번 회의를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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