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사이에 흐르는 강은 깊고 넓었다. 새해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대립하던 여야가 4일 대타결을 시도해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지만 희망은 그냥 희망으로 끝났다.
여야는 전의를 다지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갖고 기획재정위와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감세법안을 처리하고 예산안 심사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도 의총을 열어 실력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예결특위 소속 위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의원 10여명이 저지조로 편성돼 오전 10시께 국회 6층 예결특위 소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산 심사를 방해하지 말라고 비난하면서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예결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정권 뺏겨 놓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며 "창피한 줄 알아라"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권택기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예산심의 자료를 들여다 보자 자료를 보지 말라며 항의했다. 민주당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큰 틀에서 합의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것인데 어제도 예결소위를 강행했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절망으로 흐르던 분위기는 이날 오후 갑자기 바뀌었다. 오후 3시30분께 한나라당과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등 여야 3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긴급회동이 시작된 것이엇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증여세와 상속세, 소득세, 종부세 등 감세 문제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가세 감세 문제 등에 대해 타결을 시도했다. 특히 상속세와 소득세 등에 대해 일정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소식이 들려 오면서 타결설까지 흘러 나왔다.
하지만 오후 5시부터 1시간 30분 간 여야 내부전략회의를 거쳐 재개된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특히 민주당이 제시한 이용업 식당업 등 직종별로 부가세 30%를 인하 방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신용카드 공제, 의제매입세제 공제 등 1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내놓고 접점을 모색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결국 이날 회담은 오후 8시20분께 결렬됐고, 5일 협상을 재개하는 선에서 회담을 끝냈다.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오후 2시께 회의장 점거를 끝내자 오후 4시께 다시 회의장에 들어간 후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열어 예산안을 심사했다. 반면 감세 법안을 처리하는 기획재정위는 5일 오전 지도부 간 회담을 지켜보겠다며 개회를 하루 늦췄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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