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소비자들은 현명해진다. 거짓 꿈 대신 현실적인 패션으로 승부해야 한다."
불경기에 강한 의류업체는 따로 있다. 올해 백화점 수입여성복 부문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이사벨마랑과 SPA업체의 대표격으로 가두점에서 영캐주얼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니클로다. 각기 프랑스와 일본에서 탄생,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한 두 업체 수장들이 불황기 패션업체의 생존전략으로 내놓은 첫 마디는 '합리적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라'는 것이었다.
한국패션협회 초청으로 2일 열린 대한민국패션대전 심사차 방한한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겸 IM프로덕션 CEO 이사벨 마랑은 "루이비통이나 샤넬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과도한 마케팅(too much marketing)을 통해 성장했지만 그건 호황기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거짓 꿈(fake dream)' 대신 착용자의 개성을 지켜주는 보다 현실적인 패션이 앞으로 소비자의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랑은 "프랑스에서도 수많은 의류업체들이 부도위기에 떨고 있다"면서 "지갑속의 돈을 몽땅 옷에 탕진하게 만드는 것보다 좋은 가격과 좋은 품질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랑이 이끌고 있는 IM프로덕션은 1989년 설립된 여성복업체로 '이사벨마랑'과 보다 젊은 층을 겨냥한 세컨드브랜드 '에뜨왈 이사벨마랑'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35개국, 340여개 점포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는 1996년 데코에서 들여왔다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철수했고 2004년 다시 진출, 현재 롯데백화점을 비롯,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에 매장을 두고 있다.
국내 신진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심사한 소감에 대해서는 "비례와 색, 패턴 등 모든 측면에서 매우 뛰어나 놀랐다"면서도 "주재료와 부재료가 모두 훌륭하게 만들어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조화에서 국제적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유니클로코리아의 안성수 대표는 "불경기가 유니클로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티셔츠와 바지 등 기본 품목들을 중심으로 트렌드 보다는 색감과 소재의 차별화로 승부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SPA형 브랜드로 일본내 연간 매출만 4조5,000억원에 달한다. 불경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올해 유니클로코리아는 오히려 지난해 대비 30%이상 성장한 8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며 내년 예상치는 1,300억원이다. 유니클로가 진출한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등 해외 6개국중 한국시장이 가장 신장률이 높다.
안 대표는 "9월 금융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마케팅비용과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는 전략이 위기에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매출 증가에 힘입어 매장 확대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안 대표는 "중심상권의 대형매장 확보는 유니클로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전략이다. 경기로 좋은 점포가 싼 값에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내 최소 7,8개 정도의 매장을 추가로 개점,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인해 유니클로는 내년 봄 신상품 가격을 10~15% 인상했다. 안 대표는 "환율이 1,300원대 안팎에서 움직일 것을 상정한 수치라 환율이 이를 더 치고 올라갈 경우 이익률이 떨어질까 걱정"이라면서 "불경기에 소비자들의 가격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격 추가인상에는 신중을 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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