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백패스는 기본이었다. 앨리웁 패스를 하는 척하다 레이업슛으로 돌아서 상대를 농락했고, 장신의 외국인 선수 앞에서는 긴 포물선을 그리는 플로터(블록슛 벽 위로 던지는 슛)로 혀를 내두르게 했다.
한국농구연맹(KBL) 최고의 테크니션 김승현(30ㆍ178㎝)이 코트 곳곳을 안방처럼 휘저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오리온스 김승현은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09 동부프로미 남자프로농구 정규시즌 삼성전에서 15점(3점슛 2개) 1리바운드 11어시스트 3스틸을 올렸다.
김승현의 맹활약에 신바람을 낸 6위 오리온스는 100-86으로 승리, 삼성에 4연패를 안기며 승률 5할(7승7패)에 복귀했다. 삼성은 6승9패로 7위에 머물렀다. 두 팀의 승차는 1.5경기.
지난달 14일 올시즌 첫 맞대결에서 김승현 없이도 93-89로 승리를 거뒀던 오리온스는 김승현이 가세하자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김승현은 적재적소에 칼날 같은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동료들의 고른 득점을 도왔다.
가넷 톰슨(19점), 크리스 다니엘스(16점) 등 용병은 물론이고, 전정규(17점) 이동준(15점) 김병철(12점)까지 무려 5명이 김승현의 '찾아가는 서비스' 덕분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김승현은 1년10개월여 만에 벌인 이상민과의 포인트가드 맞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4쿼터 3분께 5반칙으로 물러난 이상민은 8점 4어시스트 3스틸에 그쳤다.
경기 후 김승현은 "아무래도 키가 작고 자세가 낮다 보니 패스가 잘 통하는 것 같다. 허벅지 부상 후 재활 훈련을 열심히 해 컨디션도 좋았다"면서 "체력을 더 끌어올려 계속해서 팀 상승세를 이끌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삼성은 야전사령관 이상민이 일찌감치 코트를 떠난 데다 고비마다 어이없는 턴오버(19개)까지 겹쳐 고개를 떨궜다. 그나마 신인 포워드 차재영(28점)의 분전은 희망으로 삼을 만했다. 차재영은 올시즌 신인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SK 김민수의 24점.
한편 부산에서는 동부가 경기 종료 2.4초 전 터진 강대협의 3점슛에 힘입어 KTF를 83-80으로 힘겹게 꺾었다. 10승4패가 된 동부는 공동선두로 올라서 모비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4연패에 빠진 KTF는 11패(4승)째를 떠안아 꼴찌로 내려앉았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