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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한국, 아직도 '부패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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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한국, 아직도 '부패 공화국'

입력
2008.12.0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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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발전한 만큼 부패도 줄었을 것이라고 국민은 기대했다. 그 기대가 요즘 무참하게 깨지고 있다.

한국이 아직도 '부패 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이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공기업 물갈이 인사를 위해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먼지 털이 식 수사를 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엄청난 수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검찰에 대한 비난이 수그러지고 온 나라에 공직사회의 부패를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역대 대통령 친인척들의 비리

집권 중에는 고위층 주변의 비리를 밝혀내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권교체 후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관례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은 보복수사나 표적수사로 보이지만 길게 보면 모든 전 정권 주변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내 주변에는 비리를 저지를 만한 친척도 없다"면서 친인척 비리가 없을 것임을 자신했었다. 그 후 일부 측근들이 부정사건에 연루되어 실형을 받기도 했지만, 대통령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전에 비해서 비리가 적을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노무현 정권의 사람들 역시 부패 사슬을 끊지 못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하여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 여러 명이 이 사건을 공모했고, 수십억 원을 뇌물로 주고 받으면서 농협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밝히고 있다. 노건평 씨는 2003년에도 비리에 연루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노무현 정권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됐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는 어떤 정권도 예외가 없었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동생 전경환 씨, 처삼촌 이규광 씨와 사돈 장영자 이철희 씨 부부, 처남 이창석 씨 등이 비리를 저질렀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6공 황태자'로 불리던 고종사촌 처남 박철언 씨가 구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소통령'으로 불리던 차남 현철 씨가 재임 중에 구속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차남 홍업 씨와 3남 홍걸 씨가 구속됐다.

친인척만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또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번에도 공기업 사장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정치인, 전 장관, 전 국세청장들이 줄을 이었다. 뇌물을 받아 구속된 국세청장 후임으로 임명된 청장이 또 뇌물사건으로 구속됐다. 공직자들의 뇌물 액수가 수십억대로 올라갔을 뿐 아니라 수법이 하도 지저분해서 보는 사람들이 낯 뜨거울 지경이다.

교통경찰이 운전자들의 법규 위반을 눈감아 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민원 부서의 공무원들이 급행료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좀팽이 부패'가 사라졌으니 공직사회가 좀더 맑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불안한 세모에 '도둑놈들'이라는 욕설이 사방에서 들리고 있다.

가장 큰 부패는 '부패에 대한 용서'

뭐니 뭐니 해도 부패의 극치는 부패사범들을 쉽게 용서하는 풍토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면권 남용과 국민의 망각으로 부패사범들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비리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전 대통령의 한 아들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있고, 다른 전 대통령의 아들은 현재 여당의 연구소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그들의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참회하며 조용히 살 것을 권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정계 진출을 도왔다.

우리 사회의 부패사슬은 부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풍토에서 날로 살찌고 강해져서 국가 살림을 좀먹고 있다. '부패와의 전쟁' 운운하는 전ㆍ현직 대통령이 있다면 코미디다. 그 자신부터 오늘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참회해야 한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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