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설원이 문을 열었다. 스키 시즌이 시작됐다. 지난달 18일을 시작으로 강원권의 스키장들이 슬로프를 개방했다. 아직은 3, 4개의 슬로프만 운영되고 있지만 날씨가 조금 더 추워지면 제설기의 힘찬 엔진 소리와 함께 나머지 슬로프들도 곧 눈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번 2008~2009 시즌엔 스키장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기 광주의 곤지암리조트와 강원 태백의 오투(O2)리조트가 새로 문을 열기 때문이다. 곤지암은 서울 강남에서 40분 거리라는 이점을 최대의 무기로 삼았다. 쾌적한 스키를 위해 리프트권 입장객을 7,000명으로 제한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선발 스키장들에게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투의 등장으로 현대성우와 휘닉스파크, 용평이 잇는 평창 스키벨트에 이어 하이원과 함께 하는 태백의 또 다른 스키벨트가 형성됐다. 오투의 슬로프 총 길이는 15.1km. 하이원이나 평창의 스키장들과 충분히 겨룰 만한 규모다.
만만치 않은 신예의 등장으로 기존 스키장들이 잔뜩 긴장했다. 슬로프를 넓히고 리프트의 속도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시설 확충에 돈을 쏟아 붓고, 손님들 마음을 빼앗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쾌적한 해외 스키장을 다녀온 스키어들이 급증하면서 고객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졌기에 리조트들의 고민은 가볍지 않다. 스키장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덕에 즐거워지는 건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이다. 예년에 비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설원을 질주하게 됐다.
불황이지만 스키장의 기대는 크다. 매년 겨울 더 나은 설질을 찾아 일본 스키장을 찾던 스키어들이 높은 환율 때문에 국내 스키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즌권 판매도 대체적으로 작년 수준 이상이다.
오투와 곤지암의 등장으로 이제 16개 스키장들이 불꽃 튀기며 경쟁하는 '스키장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 스키어들이 더 이상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스키장들은 이젠 양이 아닌 질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새로 문을 여는 스키장을 자세히 둘러보고, 다른 주요 스키장들의 달라진 점과 실속 있는 이용 방법을 소개한다.
■ 곤지암리조트
스키가 폼을 중시하는 스포츠라지만, 이번에 등장한 곤지암은 그 폼이 거창하다. 그들이 내건 슬로프 정원제 때문이다. 입장 인원을 제한해 리프트를 타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일반 국내 스키장의 경우 주말이면 인파에 치여 리프트 대기 시간이 30분이 넘기 일쑤라 몇 번 타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한다.
곤지암은 하루 리프트권 판매를 7,000명으로 제한한다. 리프트권은 온라인 예약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시즌권도 2,000장만 팔았다. 시즌권 소지자중 10분의 1이 온다고 치면 하루 7,200명만 이용하는 셈이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스키장이 최대 1만5,000명을 수용하니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곤지암 측은 리프트 대기 시간이 최대 15분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쾌적함과 고급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수익을 포기한, 쉽지 않은 결단이다.
곤지암리조트의 최대 장점은 거리다. 중부고속도로 곤지암IC에서 4km 거리의 곤지암리조트는 서울 강남에서 불과 40분이면 갈 수 있다.
최근 스키장 트렌드를 반영, 초ㆍ중급 스키어 및 스노보더를 위한 전면 광폭 슬로프로 디자인했다. 슬로프는 모두 11면. 표고차 330m로 강원의 스키장 못지않은 규모다.
정상에서부터 즐길 수 있는 1.8㎞의 초ㆍ중급자용 코스가 주목된다. 상급자용 4개 면은 국제스키연맹(FIS) 공인슬로프로 인증받은 국제대회용 슬로프다. 내년 1월 12, 13일 국제스키연맹(FIS)컵 스노보드 대회도 예정돼 있다.
리프트는 초속 5m의 속도로 시간당 1만5,000여 명을 정상으로 운송한다. 특히 슬로프 정상까지 연결되는 3기의 리프트 중 2기는 스키베이스와 직접 연결됐다.
스키장 정상에서는 광주시와 함께 날이 좋으면 서울의 북한산과 남산타워까지 바라볼 수 있다. 476실의 특급호텔 수준의 콘도 시설과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를 연상하게 하는 동굴 와인셀러, 단지 내 하천을 따라 꾸민 조경 시설과 경관 조명, 15만㎡의 수목원 등을 함께 갖추고 있다. 19일 정식 문을 연다. www.konjiamresort.co.kr (02)3777-2100
■ 오투리조트
백두대간인 함백산 자락에 자리잡았다. 스키장 정상은 1,420m. 무주(덕유산 설천봉 1,520m)와 용평(발왕산ㆍ1,458m) 다음이고 하이원(1,340m)보다 높다.
오투의 개장 광고 컨셉트는 '맛이 다르다'다. 일본의 스키장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설질과 빼어난 경관을 자부하기 때문에 '타는 맛이 다르고, 즐기는 맛이 다르고, 보는 맛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초ㆍ중ㆍ고급 각 5면과 익스트림 파크 1면 등 16면의 슬로프를 만들었다. 총 16㎞에 달하는 슬로프의 최대 표고차는 577m. 전체 슬로프 면적의 41%를 초보자 코스로 할애했다. 초보자 코스만으로는 국내 최대다. 고속 리프트 5기와 곤돌라가 운영된다. 슬로프 폭도 최소 23m, 최대 89m로 넓게 설계됐다.
오투의 강점은 정상에서 베이스로 이어지는 초ㆍ중ㆍ상급 코스를 모두 갖췄다는 것. 실력이 다른 가족이 함께 리프트나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 각기 자기에 맞는 코스를 타고 내려와서는 한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스키 실력에 따라 한나절 내내 뿔뿔이 흩어지지 않아도 된다.
상급자를 위한 5개 면은 FIS 공인 슬로프로 국제대회까지 치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내년 2월 전국 스키ㆍ스노보드기술선수권대회를 치른다.
스키장 입구는 2곳이다. 스키하우스로 향하는 길이 있고, 스키장 중간 높이에 있는 오투리조트 콘도에서도 스키를 신고 슬로프에 진입할 수 있다. 콘도에서 바로 탈 수 있는 슬로프는 중급자용 2개 면이다. 초보자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베이스로 향해야 한다.
콘도에서 내려가는 슬로프 중 하나는 조명과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된 익스트림 파크다. 눈을 지치며 재미난 볼거리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익스트림 파크 아래에는 100m 길이의 눈썰매장이 있다.
오투리조트는 태백시와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민관합작 지방공기업인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조성한 종합리조트다. 12일 개장한다. www.o2resort.com (033)580-7000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