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동관 대변인과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세게 붙었다. 업무 구분이 애매해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두 사람이 크게 한 판을 벌인 것이다.
MBC TV는 최근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시사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의 400회(18일 방송 예정)를 맞아 이명박 대통령의 집중 인터뷰가 가능한지 타진해 왔다.
이 프로그램은 2006년 9월 300회 특집(방송분은 303회) 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터뷰했던 사례를 들어 최근의 경제 위기와 관련한 이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국민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청와대 측에 의사를 전달했다.
박 기획관은 지난주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면서 이 대통령이 응할 것을 권했다. 국민에게 진솔한 상황 진단을 통해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여러모로 긍정적일 것이란 의견이었다. 이 대통령은 즉답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고 직후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을 득달같이 찾아가 인터뷰에 대한 부적절성을 제기하며 반대 주장을 폈다. 이미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정기적으로 대중과 접촉하고 있는 데다 신문 방송을 통해 이 대통령의 뜻이 가감 없이 전달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TV 인터뷰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여기엔 언론의 잦은 노출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견해도 들어 있었다.
청와대는 2일까지 확실한 결정은 보류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방송불가' 쪽이 우세하다.
청와대에서는 이를 두고 이 대변인과 박 기획관의 경쟁의식이 발동한 또 다른 '물밑 전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이다. 그간 양측은 업무현안에서 종종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9월 '대통령과의 TV대화' 실시에 대한 박 기획관의 기자브리핑에 대해 대변인실에서는 "사전 통보나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고 항의했고, 홍보기획관실은 "사전에 알렸다"고 해명했다. 또 같은 달 생활공감정책 보고회 결과를 놓고 박 기획관은 "정책 67개를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대변인은 "정책 67개 중 57개는 채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업무는 보도진 접촉(대변인)과 장기적 홍보전략 수립(홍보기획관)으로 큰 틀에서는 조정돼 있다. 하지만 막상 일선 업무에 들어가면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가올 청와대 비서진 개편에서 두 라인이 어떤 식으로든지 합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경우 두 사람 중 한 명은 자리 이동이 불가피하다. 신경전이 계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정권에서도 홍보수석과 대변인은 인사 때 마다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했었다.
두 사람은 외부의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처음으로 12일 화합의 자리를 갖는다. 양측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단합을 과시한다는 취지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 대통령이 누구의 손을 들어 주는지에 쏠려 있다. 물론 양측의 손을 모두 들어주는 현 체제 유지 의견이 아직 강하긴 하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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