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건평씨에 대한 수사가 아직 '중간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미 확보한 노씨의 혐의가 더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한 추가 의혹과 함께, 별건의 횡령 혐의 등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씨를 일단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지만, 기소할 때까지 증거보강과 함께 추가 혐의를 적극 수사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정원토건 탈세ㆍ횡령 혐의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씨의 추가 혐의에 대해 "탈세나 횡령 등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씨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감사로 일했던 건설업체 정원토건을 염두에 둔 말이다. 정원토건은 실질적으로 노씨가 운영해 온 회사로서 노씨의 부인 민미영(52)씨가 등기이사로, 아들 상욱(34)씨가 감사로 재직 중이다. 검찰은 노씨가 정원토건의 돈을 빼돌리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대주주로 있었던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옛 패스21)의 주식 100여만주에 차명으로 투자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씨가 현재 의혹에 휩싸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수감 중인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막역한 사이였던 만큼, 이들 사이의 '3각 커넥션'을 통한 추가 비리가 포착될 가능성도 높다. 박 회장이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싼 값에 인수하는 과정에도 노씨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농림부가 농협의 증권사 인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노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검찰도 이 부분을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서 세종증권 인수 계획을 사전에 전해 듣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데, 박 회장에게 미공개 정보를 알려준 사람이 정 전 회장이 아닌 노씨일 가능성도 있다.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검찰은 유죄를 확신하고 있지만, 노씨는 주요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어 법정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씨는 세종증권 매각로비 사례금으로 받은 29억6,300만원이 들어 있는 통장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통장은 정화삼씨 형제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에게서 전해 받은 뒤 노씨 손에 들어간 적이 없다. 검찰은 "돈은 실질적으로 노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봐야 하며 정씨 형제는 관리만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씨 형제가 사용한 돈이 더 많다는 점에서 반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정씨 형제가 사례금으로 구입한 상가와 오락실 부분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노씨가 상가와 오락실을 공동소유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상가 명의는 정씨의 사위 명의이고 오락실도 정씨의 어머니 명의로 돼 있어 노씨와 직접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 오락실 수익금이 노씨에게 전달된 사실도 밝혀내지 못해 검찰로선 '약한 고리'가 아닐 수 없다.
노씨에게 전달됐다는 4억원도 모두 차명으로 받았거나 현금으로 전달돼, 전달자의 진술이 얼마나 구체적이냐에 따라 유ㆍ무죄가 갈릴 수 있다. 결국 법정에서는 노씨에게 '29억6,300만원' 중 정확히 얼마가 배분됐는지, 관리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관련자들로부터 노씨 혐의를 증명하는 진술을 다수 확보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바꿀 경우 검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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