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두 번 서울에서 용인 이천 등으로 출장을 가는 직장인 김모(31)씨는 큰 마음 먹고 10만원 넘는 고속도로 하이패스 단말기를 샀다가 요즘 "괜히 샀다"고 후회하고 있다.
올 8월 하이패스 차로에 차단기가 설치된 뒤 앞차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추돌할 뻔한 사고 위험을 몇 번 겪었고, 요금 충전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는 "낮에는 통과 속도가 일반 차로보다 크게 빠르지 않은데다 충전할 곳이 마땅찮아 곤란한 경우도 많았다"며 "다른 사람에게 권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요금소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마련된 하이패스 시스템이 이용자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가끔씩 고속도로를 찾는 이용자에겐 단말기 가격이 너무 비싸고, 막상 구입해도 충전하기 불편하고 통과속도도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불만은 단말기 가격이다. 한국도로공사가 10월부터 5만원대의 임대형 단말기 판매를 중단하는 바람에 시중 구입 가격이 10만~18만원선으로 뛰면서 하이패스 이용이 연간 50회를 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낸 '하이패스 사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패스 평균 통과시간은 3초로, 일반 요금소(14초)보다 11초 짧다. 그러나 단말기 구입에 드는 쇼핑 시간과 충전 시간 등을 고려하면 50회 미만 이용 시 단말기 가격(7만5,000원으로 산정)에 상응하는 편익을 뽑을 수 없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단말기 가격이 비싼 것은 앞뒤 없는 전시용 정책 탓이란 지적이다. 교통정보 제공을 위해 하이패스 시스템을 '능동형 단거리전용통신(DSRC) 시스템'으로 구축했는데도 업체들은 정작 교통정보 수신 장치가 없는 단말기를 내놓고 있고 한국도로공사도 교통정보 제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거창하게 하드웨어만 만들어 놓고 고객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셈이다.
더군다나 도로공사는 통행량이 적은 지방까지 하이패스 차로를 급속히 늘려 이용이 뜸한 운전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단말기를 살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일부 시범 운영되던 하이패스 차로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전국 252개 요금소에서 전면 시행돼 현재 전체 2,134개 요금소 차로 중 597개(27.9%)를 차지한다. 도로공사는 하이패스 차로를 지속적으로 늘려 2017년까지 하이패스 이용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하이패스 설치로 도로공사의 운영 비용은 절감되지만 이는 이용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킨 결과이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불식 충전 등 이용과정에서도 골칫거리가 적지 않다. 하이패스 카드는 요금소나 고속도로 휴게소, 일부 은행 지점 등에서 미리 충전해야 한다. 신용카드에서 후불식으로 자동 결제되는 교통카드에 비하면 턱 없이 불편하다.
지난해 말부터 미납 차량 통과 방지를 위해 차단기를 설치한 것도 하이패스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차단기를 통과하려면 시속 30㎞ 정도로 속도를 낮춰야 하는 데다 요금 잔액이 부족하거나 단말기가 없는 차량이 지나가면 차단기에 걸려 차로 전체가 정체되기 일쑤다.
급정거로 인한 추돌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올 8월 차단기가 설치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경우 차단기로 인한 사고가 150건이나 접수됐고,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도 일부 발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하이패스 미징수 금액이 2억8,000여만원인데, 차단기 설치 비용은 27억원이 소요됐다"며 "속도를 늦추고 운전자에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는 차단기 대신 경고등 등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rk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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