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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덮친 3災 "문 닫으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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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언론 덮친 3災 "문 닫으란 말이냐"

입력
2008.12.0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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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언론통폐합의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정부의 언론정책이 지역언론을 지나치게 소외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지역언론의 공공성이 정부의 '산업 편향적'인 마인드로 인해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많다.

헌법재판소의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방송광고 판매 독점체제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가속도가 붙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 규제완화 위주의 방송법시행령 개정, 그리고 언론지원기관 통합으로 인한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존재 위협 등이 그 이유다.

지역언론들은 이 같은 일련의 정부 움직임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이미 곳곳에서 '고사'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달로 개국 1년을 맞는 신생 지역 지상파 방송인 OBS 경인방송은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사측은 노조에 구조조정 협상을 제의했고 회사 내부에서는 직원의 20% 가량이 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자체제작 비율이 50%가 넘는 지상파 방송이 걸음마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고난을 겪는 이유로 직원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대형 지상파 방송 위주 정책을 꼽는다.

현재 OBS는 경기지역과 함께 서울 가구의 절반 가량에만 방송이 전달된다. 역외재송신(방송권역 밖의 지역을 케이블을 통해 송신) 승인이 지난 정부의 방송위원회에 의해 서울의 지역별로 절반만 이뤄졌고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승인절차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광고주들이 광고단가를 낮춰 잡고 이로 인해 경영난이 가속화했다는 것이 OBS측의 주장이다. OBS 관계자는 "방통위에선 '방송의 권역이 무너진다'는 이유를 들어 OBS의 역외재송신을 꺼려하고 있다"며 "시청자들로부터는 '왜 같은 서울인데 우리 집에는 방송이 안 나오냐'는 항의에 시달리고, 광고주들로부터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역외재송신 문제가연내 마무리될 것을 가정해 올해 월 광고량을 50억원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10억원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언론의 위기의식은 지방신문들에도 널리 퍼졌다. 지난 주 부산일보 등 11개 지역신문들은 초유의 지면 파업을 벌였다.

이들은 정부의 언론지원기관 통합으로 인해 지역신문발전기금이 대폭 삭감되고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으로 광고시장이 어려워지게 됐다며 투쟁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그러자 국회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문화부의 지역신문 관련 예산안을 원상회복하기도 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인 한국언론재단 김영욱 실장은 "정부는 신문발전위원회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를 통합하더라도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은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지역신문들은 정부가 지역신문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긴 힘들 것이고 결국 지원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지역언론, 특히 지방 방송사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그나마 코바코를 통해 어느 정도 광고물량이 중소 지역언론에 이어질 수 있었던 과거의 '편의'가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방 방송사들은 "정부의 산업지향적인 정책으로 하루아침에 경쟁의 정글에 놓이게 됐다"고 불만을 쏟아놓는다. 지역 언론은 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권역 규제를 완화한 정부의 방송법시행령 개정의 풍파도 함께 맞게 됐다.

한국지역방송협회 김현 팀장은 "민영 미디어렙 시행은 지역 방송사들에겐 문을 닫으라는 통보와 같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IPTV도 중앙의 방송들에겐 주요 콘텐츠를 더 팔 수 있는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되지만 지역 방송에겐 재래시장만 있는 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 같은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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