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오후 일본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남대문시장. 한 일본인 여성 관광객 A씨가 물건을 사기 위해 지갑을 찾으려고 가방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핸드백이 칼로 그은 듯 날카롭게 찢어져 있고 현금 60여만원과 10만엔이 담겨 있던 지갑이 온데간데 없었기 때문.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일본인 고객이 소매치기를 당해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내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며" 우리나라가 '소매치기 왕국'이란 오명을 쓰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엔화 강세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지갑을 노리는 소매치기 범죄도 크게 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10월에만 23만여명 입국, 전월대비 14.8% 늘어나는 등 국내에서 엔화 강세 덕을 톡톡히 즐기다보니 '날치기'란 불청객도 끊이지 않는 것.
특히 현금을 많이 들고 다니는 데다, 소매치기를 당해도 신고를 하지 않아 소매치기범들의'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매치기범들의 주 무대는 일본 관광객들이 많은 백화점, 남대문 시장, 인사동 거리. 경찰 관계자는"일본인 관광객이 늘다 보니, 일본인 소매치기 피해자도 예년에 비해 20~30%는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예전 일본으로 '원정'을 떠났던 소매치기단까지 국내로 '귀환'해 활개 치고 있다. 최근 남대문경찰서에 붙잡힌 소매치기단 조모씨(64) 일당과 양모(65)씨 일당 모두 지난해까지는 주로 일본에서 활동했던 소매치기범들. 올 들어 국내로 일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굳이 일본까지 나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리자 상인들은 울상이다. 남대문시장의한상인은"시장 평판이 나빠져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라며"경찰들도 속수무책이어서 상인들이라도 소매치기 잡기에 나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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