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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6년연속 시한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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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6년연속 시한 넘겨

입력
2008.12.0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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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2일로 정해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또 넘겼다. 2003년 이래 6년 연속 헌법을 어긴 것이다. 이쯤 되면 연례행사라고 해도 되겠다. 정치권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지만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계수조정소위는 1일에 이어 2일에도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의 불참으로 심사를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부자감세 법안 철회,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따른 재수정안 제출, 지방재정 대책 등이 없으면 예산 심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예산 심의를 강행하면 모든 상임위 운영에 전면적 차질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 생떼를 쓰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민생을 피폐하게 하고 발목잡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부가 예산 공고, 집행계획 수립, 분기별 배정계획 및 월별 자금계획 작성, 국무회의 의결 등 집행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된다.

집행 준비에 보통 한 달이 걸리는데 예산안 처리 지연은 집행 준비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또 잦은 계획 변경 등 부작용과 비효율을 부른다. 헌법 54조 2항에서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준비 기간을 감안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산하기관 등도 확정되지 않은 정부보조금 및 출연금 등을 기준으로 편법적으로 자체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부작용을 겪는다. 준비 부실로 인한 졸속 집행, 사업추진 지연, 행정력 낭비 등을 감안하면 그 손실은 막대하다.

특히 경제난에 직면해 있는 올해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 여파가 가장 심각하게 미칠 취약계층의 피해가 크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실업, 서민생활 악화, 중소기업 도산 등을 막기 위한 수조 원의 예산 투입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이용걸 예산실장은 "내년 예산안 확정이 지연되면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민생 지원 등이 지연될 우려가 크다"며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통한 지방경제 활성화도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 "국회가 헌법을 지키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며 "여야의 정략적 접근 때문에 예산안 처리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여당이 시한으로 정한 9일까지도 처리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연말에 가서야 예산안이 처리되고, 아까운 한 달을 낭비하는 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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