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경제의 외형은 그나마 아직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구매력(실질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이다. 쪼그라든 호주머니 사정에 생산과 소비, 투자 역시 침체 기미가 역력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로 갈수록 더욱 깊은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2일 한국은행의 ‘3분기 국민소득(잠정)’ 발표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NI는 2분기보다 3.7%나 줄어들어 1998년 1분기(-9.6%)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서도 3.5%나 감소해 역시 98년 4분기(-6.1%) 이후 가장 나빴다. 실질 GNI는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 이 지표가 마이너스면 그만큼 구매력이 떨어져 국민의 체감경기와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졌음을 뜻한다.
3분기 소득이 크게 준 것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값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졌기 때문. 수출보다 수입 가격이 더 많이 오르면서, 같은 양을 수출해도 이전보다 수입할 수 있는 물품 규모가 줄어드니 결국 전체 국민들의 구매력이 약해진 것이다. 실제 3분기 실질 무역 손실액(33조4,000억원)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이에 따라 국민들이 당장 쓸 수 있는 돈(국민 총 처분가능 소득)은 외환위기(98년 3분기 -1.0%) 이후 처음으로 0.4%(전기 대비)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소득은 줄어드는데 소비는 아직 플러스인 상황을 반영해 총저축률도 2분기 31.9%에서 3분기엔 30.5%로 하락했다.
소득처럼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생산, 소비, 투자 지표 또한 ‘제로’에 가까웠다. 이날 한은이 수정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5%, 작년 동기 대비 3.8%로 모두 10월 발표치보다 0.1%포인트씩 낮아졌다. 0.5%는 4년 만, 3.8%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민간소비도 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소득이 줄어들자 소비를 자제하면서 교통(-2.5%), 통신(-1.2%) 등이 감소한 결과다. 투자도 거의 동결돼 설비ㆍ건설ㆍ무형고정 자산 투자로 이뤄진 총고정자본형성은 전분기보다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4분기에는 경기하강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드러난 지표들도 줄줄이 빨간불이다. 11월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18.3% 줄어들어 7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고, 현재 경기상황과 향후 경기국면을 보여주는 경기동행ㆍ선행지수 모두 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9개월째 동반하락 중이다. 신규 취업자 수 역시 10월에는 정부 목표치의 절반인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며 “4분기에는 3%대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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