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노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 사건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씨 형제와 금품수수를 공모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씨 형제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에게서 받은 30억원은 노씨와 정씨 형제가 공동으로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김해 상가와 오락실이 모두 정씨 형제 명의로 관리된 점을 감안할 때 기소 후 재판과정에서 노씨의 공모 혐의를 두고 상당한 다툼이 예상된다.
정씨 형제와 공모관계
검찰은 지난달 23일 정씨 형제를 구속할 때 이미 영장에서 노씨를 공모자로 지목하고 정씨 형제의 역할을 '사례금 관리자'로 규정했다. 노씨에 대해서는 '농협의 정대근 회장과 친분관계가 있는 인사'라고 표현했다.
검찰은 2005년 6월 정화삼씨의 동생 광용씨와 홍 사장이 노씨를 찾아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했을 때, 노씨와 정씨 형제의 공모관계가 시작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 만남을 시작으로 노씨와 정씨 형제 등이 논의를 거쳐 세종증권 매각이 성사되면 성공대가로 30억원을 받기로 사전에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 형제는 앞서 2005년 3월께 3억~4억원 가량을 로비 착수금으로 받았고, 매각이 성사된 이듬해 2월 나머지 돈을 받아 약속대로 총 30억원을 받아냈다. 이들이 처음 청탁을 받은 자리에서 바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일부 혹은 전부를 매각성공 후에 받아낸 사실을 검찰은 장기간 공모관계가 진행된 정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증거 얼마나 확보했나
그렇다면 공동으로 받은 30억원 가운데 노씨의 지배권은 어느 정도일까. 30억원의 운용과 그 수익에 노씨가 개입한 증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해답의 열쇠이다. 검찰은 이 부분을 밝히기 위해 정화삼씨가 30억원 중 9억2,000만원을 들여 사위 명의로 구입한 김해 상가, 7억~8억원을 들여 문을 연 오락실 운영권의 소유 관계를 파헤쳤다.
나아가 노씨를 오락실의 실소유주로 볼 수 있는 증거를 집중 수집했다. 검찰은 오락실 수익금이 어디로 흘러 들었는지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이 과정에서 하루 2,000만원에 이르렀던 오락실 순익이 일정 부분 노씨에게 전달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씨는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서 "(검찰이 오락실) 개업식에 가 봤느냐, 내 것이냐고 이야기 하더라(묻더라).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오락실 수익금 부분에 대해서도 "모르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하는 발언이다.
구속영장 발부될까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사전 구속영장 청구 사유를 설명했다. 노씨가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 청탁함으로써 농협은 피해를 보면서 세종증권을 비싸게 인수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30억원이라는 거액의 돈이 오고 간 점은 '권력형 비리'의 전형적인 틀을 갖췄다.
법조계는 노씨가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권력형 비리 사건의 영장은 기각되는 경우가 드물고, 구속 단계에서는 유죄를 100% 확신하지 않더라도 관련자 진술 등으로 일정부분 범죄 혐의가 소명되면 영장이 발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노씨의 금품수수 증거들이 예상보다 빈약할 경우, 법원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법원은 통상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피의자에 대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영장을 발부하지만, 소명이 부족할 때는 "피의자에게 방어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하기도 한다.
재판결과는 알 수 없어
물론 구속과 재판은 별개다. 금품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노씨가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면, 검찰과 노씨 간의 팽팽한 싸움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락실 수익금 일부가 노씨에게 전달됐다고 해도, 상가와 오락실 명의가 정씨 형제쪽으로 돼 있는 이상, 노씨가 30억원을 공동 수수했다는 혐의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재경 기획관은 "재판이 진행될 때는 정씨 형제와 노씨 간에 30억원이 어떤 비율로 얼마씩 분배됐는지 밝힐 것"이라며 "분배액 등을 토대로 공모자 간 양형(형량 결정)이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정씨 형제가 법정에서 노씨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재판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씨 형제가 "홍 사장에게 30억원을 받을 때 노씨는 공모하지 않았고, 돈 받은 사실을 몰랐다"라고 주장한다면 검찰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그 정도로 허술한 증거와 증언만으로 노씨에게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검찰이 어떤 증거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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