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치러진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논술고사(인문계열)는 연세대ㆍ고려대 수시 논술에 비해 쉬웠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지난해 시험과 비교해 지문의 길이가 짧아졌고 논제 수준도 평이했지만, 주어진 조건에 맞춰 제시문을 분석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올해 자연계열 수시 논술은 실시하지 않았다.
■ 출제 경향
문항 구성은 2008학년도 수시 논술과 동일했다. 두 가지 이상의 세부적인 요구를 담고 있는 1개의 논제와 2개의 제시문이 나왔다.
'현대 사회에서의 종교의 의미와 국가 권력과의 상관관계'라는 비교적 익숙한 주제 아래 ▲지문의 주제를 파악하는 독해능력 ▲특정 방안에 대한 근거를 유추하는 추론능력 ▲각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리ㆍ분석능력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창의력 등을 고르게 평가했다.
특히 제시문이 교과서 수준을 유지했으며, 논제도 세부 요구 사항이 명확해 크게 까다롭지 않았다. 난도는 낮아진 반면, 요구 조건이 지난해 2개에서 4개로 늘어난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따라서 서울대 수시 논술은 다양한 조건들을 하나의 답안에 얼마나 논리적으로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다.
■ 제시문 분석
(가), (나) 두 개의 제시문은 5개의 소지문으로 구성됐다. 제시문 (가)에서는 종교가 근ㆍ현대사회의 안정과 통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 가지 견해를 설명했다.
첫 번째 지문의 요지는 '시민이라는 공적 영역이 종교를 포함한 사적 영역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지문은 '여전히 종교가 사회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주장하는 관점이 각각 3인칭과 1인칭으로 다르지만 상반된 견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제시문 (나)에서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종교가 사회 통합 및 변화에 미친 결과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먼저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과 의복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차별 논란을 일으킨 프랑스의 예를 들었다.
두 번째는 불교적인 도덕성을 준수하는 것이 국가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설 수 있다는 태국 라마6세의 주장이다. 마지막 지문에서는 과거 세속주의를 표방했던 터키에서 요즘 들어 이슬람 정당 출신의 개혁주의자들이 지지를 얻고 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 접근 방식
총 2,500자의 답안에 세부 논제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각각의 분량을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거를 유추하라는 두 번째 요구와 자신의 입장을 서술하라는 네 번째 논제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
논제별로 400자, 800자, 500자, 800자 정도의 분량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의 견해를 서술할 때 어설픈 절충 시도는 감점 요인이다.
상반된 견해 중 한 가지를 택해 주장과 근거를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언뜻 상당히 관념적이고 난해한 주제처럼 보이지만 평소 시사 이슈에 관심을 기울인 수험생이라면 상식 수준에서도 답안을 작성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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