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가장 존경할만한 세계 여성 지도자, 독일의 마가렛 대처…
화려한 수식어와 찬사를 몰고 다니는 앙겔라 메르켈(54)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1일 "독일 경제가 수출 감소, 실업률 증가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메르켈 총리가 경기 부양에 소극적 입장을 고집하면서 독일은 물론 세계 각국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그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순간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의 보도는 메르켈 총리가 이날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칠 생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직후 나온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집권 기민당(CDU) 총재로 재선출된 것을 기념하는 연설에서 "다른 국가들처럼 공적자금을 무차별 투입하는 식의 의미 없는 경쟁을 하지 않겠다"며 "세금 인하를 내년 9월 총선 이후로 미룰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95%의 압도적 지지로 다섯번째 총재 연임에 성공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 동안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등의 조치를 앞 다퉈 발표하는 것에서 초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과 일부 국가가 채택하는 저금리 정책은 5년 후 똑 같은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기존 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독일 국민은 저축률이 높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늘리면 소비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저축만 늘어날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에도 반대했다.
심지어 "금융위기는 사람들이 분수에 맞춰 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금융위기를 개인의 도덕적 문제와 결부시키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와 입장을 같이하는 페어 슈타인브뤼크 재무장관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2,000억유로(약 382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에 합의하자 "비효과적이고 인기영합적 조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균형 예산이 중요하며 향후 2년간 120억유로(약 20조원)만 투입하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미국의 공적자금 7,000억달러(약 980조원)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도 미미한 규모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메르켈 총리의 '나홀로 경제 정책'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며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경기 부양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면서 각국의 금융위기 해결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는 세계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독일은 자기 생각만 한다"고 공개적으로 메르켈 총리를 비난한 사실도 소개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독일 경제가 금융위기의 타격을 덜 받고 있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의 정책이 독일에서 먹히고 있다"며 "향후 독일 경제가 나빠지면 메르켈 총리의 정치 생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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