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남성들에게 은근히 인기 있는 탁상용 달력 두 가지를 꼽자면 속옷업체와 주류업체 달력이다. 1년 내내 섹시한 여성모델을 책상 위에 모셔 놓는 즐거움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즐거움의 반이 풍덩 날아가게 생겼다. 미녀 모델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란제리브랜드 비비안이 최근 내놓은 2009년 신년 탁상용 달력에서 미녀는 빼고 제품 사진만 넣은 것이다.
미녀가 사라진 이유를 비비안 관계자는 "벌써 4년째 속옷차림의 모델이 나오는 달력을 계속 만들었더니 소비자들이 좀 식상해 하더라"고 설명했다. 사진이 야해서 달력을 선물하기 민망하다는 매장 직원들에게 평소 "란제리를 입은 아름다운 몸매를 보여주는 것이 민망하다면 속옷 장사 자격이 없다"고 설득해왔지만, 최근 불황으로 사회 분위기가 침울해져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예산절감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비안이 매년 연말 6만부 정도의 탁상용 달력을 제작해 매장에 비치하고 고객들에게 선물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총 6,000만원. 이 중 모델료가 1,000만원에 이른다. 적지 않은 액수인데다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변화를 시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비안과 함께 란제리업계의 쌍벽인 비너스의 경우 이미 2년 전부터 모델 착용 컷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두산과 진로 역시 탁상용 달력을 아예 제작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제품 사진으로 대신한다. 다만, OB맥주는 여전히 늘씬한 레이싱 모델을 내세운 달력으로 직장 남성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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