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실물경제가 본격 침체에 들어간 요즘, 서울 강남의 큰손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수십억에서 수백억대 자산을 가진 큰손들에게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는 말도 있지만, 정작 이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시장에서 돈 냄새를 가장 먼저 맡고 움직인다는 강남 큰손들도 '투자'라는 말을 삼가고 있을 만큼 투심(投心)이 냉각된 것이다.
1일 KB,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강남권 대표 PB(프라이빗뱅크) 팀장들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집중해 자산을 크게 늘렸던 큰손들이 최근엔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물론 거미줄 같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종 정보라인을 동원해 투자 시기를 저울질 하고는 있지만, "향후 최소 1년간 신규 투자는 없다"는 것이 큰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는 것이다. 강남권 PB 팀장들에게서 새해를 한 달여 앞두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느라 바쁜 큰손들의 움직임과 향후 투자 전망을 들어봤다.
유동성 확보가 관건, 초단기 예금 상품에만 집중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큰손들도 당장 주머니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별로 없다. 그 동안 유동성을 공급해주던 펀드가 3분의1 토막 난 탓이다. 때문에 큰손들은 유동성 확보가 용이한 6개월 이내 초단기 고금리 예금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고수익의 증권사 CMA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권 MMF로 옮겨 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큰손들의 대규모 자금이 은행권의 단기 예금에 몰리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강남권 PB 팀장들의 전언이다.
큰손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와 금 매도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 PB 팀장은 "원ㆍ달러 환율 1,400원 후반대를 꼭지로 보고 매도에 나서고 있다"며 "큰손들은 내년 이후 달러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인기 투자 자산이었던 금 관련 상품도 최근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큰손들의 안전자산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코스피지수 1,200 이상서 일부 매도, 부동산은 관심 밖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쳤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큰손들은 추가 투자 시점보다는 환매 시점에 더 관심이 많다. 큰손들의 환매가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는 코스피지수 1,200선 이상일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은행 PB 팀장은 "내년 상반기에 코스피 700선까지도 조정이 온다고 예상하고, 그 때 공격적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최대 자산인 부동산은 아예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가격이 상당폭 떨어졌지만 내년까지 추가 하락이 이어지고, 가격 반등폭도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상당 폭 더 떨어져도 추가 투자는 없다는 의미다.
2009년 최대 투자 관심 분야는 '증여'
큰손들의 새해 최고의 재테크 대상은 증여다. 자산가치가 바닥인데다 정부의 감세 정책까지 더해져 더 없이 좋은 부의 대물림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개정세법이 통과되면 10억원짜리 집을 증여할 경우 현재는 30%인 3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내년엔 16%인 1억6,000만원만 내도 된다. 게다가 자산가치가 떨어진 것을 반영하면 최대 2억원까지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반토막난 펀드 증여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은행의 PB 팀장은 "경기 침체로 내년 상반기 중 자산가치가 바닥을 헤매고 감세정책이 본격 시행될 경우 부 대물림 계획을 세운 큰손들이 세테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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