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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후순위채 사달라" 대학에 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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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후순위채 사달라" 대학에 읍소

입력
2008.12.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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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대학 재무처 박모 계장은 최근 "후순위채를 사 달라"는 은행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10월 말부터 거래 은행들의 지점장들이 잇따라 찾아와 후순위 은행채를 사달라고 애걸을 한다는 것. B대학 관계자도 "일부 은행 지점장들이 후순위채 구매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계속 찾아와 통사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금융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고금리 후순위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서, 이를 판매하려는 은행 지점장들의 발걸음이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주사 전환에 따라 일시 보유하게 된 자사주 때문에 BIS 비율이 6월말 12.45%에서 9월말 9.76%로 급락하자 8월부터 지난달까지 1조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창구에서 판매했다. 우리은행도 11월에 1조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신한은행은 7,000억원대, 하나은행은 5,000억원이 넘는 후순위채를 판매했다.

기업은행은 10, 11월에 5,000억원, 외환은행은 11월에 3,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은 지주사 채권 발행을 통해 자회사인 은행에 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BIS 비율을 높이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후순위채는 BIS기준 상 '보완자본'으로 간주돼 이를 발행하면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된다. 현실적으로 증자 등 자본력확충이 어려운 상태에서 후순위채는 비교적 손쉽게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앞다퉈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후순위채를 발행해도 마땅히 소화할 데가 없다는 점. 기관투자자들의 은행채 매수세가 거의 실종된 상황에서, 조(兆) 단위로 발행된 후순위채를 창구판매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일반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좋은 대학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후순위채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은행과의 평소 거래관계와 8%에 육박하는 고금리에 매력을 느껴 채권을 매입하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대학들은 혹시 있을지 모를 후순위채의 위험성 때문에 매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최근 주거래 은행의 3억원 상당의 후순위 은행채를 구입했다는 C대학의 관계자는 "어떤 대학은 40억 상당의 후순위 은행채를 구입했다는 소문도 들린다"며 "대학도 이제 투자처를 확대해 간다는 차원에서 7~8%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후순위 은행채를 매입했다"고 말했다. 반면 B대학 관계자는 "후순위채는 고금리 이점이 있지만 최악의 상황 원금을 전액 날릴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구매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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