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대여 전선에서 야당색을 확실히 드러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근 청와대의 야3당 대표 회동 제안을 거부했고 내년도 예산안도 호락호락 합의해 줄 기세가 아니다. 대북 문제에선 진보 성향의 민주노동당과 공조를 시작하고 양대 노총 끌어안기도 시도하고 있다.
특히 1일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서 정부 예산안과 이를 강행 처리하려는 여당을 호되게 비판한 것은 정세균 리더십의 변곡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날 회견은 사실상 예산안 심사거부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정 대표는 또 이날 '민주 시니어' 소속 의원들과 오찬에서 "당의 포지션은 '대안 야당'이지만 그 방법론에서는 '강한 야당'을 지향한다"고도 했다. 이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버리고 '강한 야당'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는 의미이다.
기조 변화의 배경 중 하나는 바로 학습효과다. 이명박 대통령과 국정동반자 선언을 하고 정부의 1,000억달러 지급보증안에 합의해준 9월 청와대 회동의 결과는 참담했다. 이후 경제팀 경질, 부자감세 철회, 대북 정책 전환, 과거회귀입법 반대 등 야당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정 대표가 이날 "들러리 서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개혁 성향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민주연대와 '국민과 함께하는 9인 모임' 등 당내에서 '강한 야당' 목소리가 커진 것 역시 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당 핵심관계자는 "당내 불만을 아우르면서 무기력한 내부 분위기에 활력을 주기 위해 선명성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존재감이 없어 여당으로부터 무시당하고 국민들의 관심도 못 받는 현 상황에서 정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적어도 예산안 심사가 걸려 있는 올해 말까지는 민주당이 강경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물경기의 악화가 거듭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이 같은 민주당의 변화가 여론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자칫 예산안 처리 파행에 대해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식으로 가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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