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B고 2학년 조모(17)군은 1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가 제공하는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 사이트에 접속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부산 지역 대학들의 졸업생 취업률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군이 검색란에 '졸업생 취업 현황', 지역 등을 차례로 입력하자 곧바로 부산 소재 27개 대학(분교 포함)의 정규직ㆍ비정규직 취업자 수가 떴다. 전공을 살린 졸업생 취업자가 몇 명인지까지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학부모 김모(38ㆍ여)씨는 이날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사이트를 방문한 뒤 한시름 마음이 놓였다.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의 급식 관련 코너에는 위탁 급식 업체 이름과 담당 인력, 급식비 집행 내역 등 모든 정보가 나와 있었다.
김씨는 "그 동안 학교의 급식 수준이 낮을까봐 걱정했는데 원 단위까지 세세하게 표시된 내용을 보니 한결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이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전국 1만1,283곳의 초ㆍ중ㆍ고와 414곳의 4년제 대학 및 전문대의 세부 정보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게 됐다. 1일 낮 12시부터 '학교 교육정보 공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학교 관련 정보가 민감한 내용까지 낱낱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제 학교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 운영ㆍ평가 계획 ▲졸업생 진로 현황 ▲교원단체에 가입한 교직원 수 ▲학교폭력 발생ㆍ처리 현황 ▲학업성취도 결과 등 39개 항목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통합 정보공시 포털인 '학교알리미'를 이용하면 특정 학교의 정보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관련 내용은 2011년부터 공개될 예정이다. 각 학교는 과목별로 평가 결과를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 '기초학력 미달' 등 3등급으로 나눠 각각의 학생 비율을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또 전년도 성적과 비교한 학교별 '향상도'는 2012년 2월부터 제공된다.
대학은 초ㆍ중ㆍ고보다 정보의 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공개하는 내용이 취업률, 장학금, 재학생과 교원 현황 등 55개 항목에 달하고, 특정 주제에 대해 비교 검색도 가능하다.
'대학알리미'는 지역ㆍ유형ㆍ학생 규모ㆍ학과별 분석 기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취업률 등 4개 지표는 순위 매기기도 가능하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학부모 김미옥(43ㆍ서울 휘경동)씨는 "기존 학교 홈페이지에는 제한된 정보밖에 없어 사교육에 의지하는 측면이 컸다"며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정보공시 시행 첫날인 이날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오후 한 때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2010학년도부터 서울 지역에서 시행 예정인 '고교 선택제'는 정보 공개의 위력을 가늠하는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업 수준이나 교원노조 가입자 수 등을 보고 학교를 고를 수 있어 학교별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학교정보 공시가 경쟁을 빌미로 학교 서열화를 심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짓수는 많아도 학부모들의 눈길은 아무래도 '학력' 관련 정보에 가기 마련이다. 각 학교가 성적 올리기 경쟁에 매달려 인성 교육 등 다른 부분을 소홀히 할 경우 학교 현장의 파행이 충분히 예견되는 대목이다.
지방대의 위기감은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 지방 대학들은 정보 공시를 대학 줄 세우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공시 내용에 포함된 졸업생 취업률과 미충원율, 교수 1인당 학생수 등은 지방대들이 공개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항목으로 꼽혀왔다.
충북 청주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가급적 공개를 꺼렸던 내용들이라 마치 알몸을 드러낸 기분"이라며 "가뜩이나 학교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 수치에만 의존해 지방대들을 고사 상태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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