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건평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것은 노씨의 혐의가 그만큼 중하다는 뜻이다.
검찰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화삼씨 형제에게 로비 대가로 건넨 30억원이 상가 구입, 오락실 수익금, 현금 등 다양한 형태로 노씨에게 전달됐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계좌추적으로 확보한 증거들로 노씨의 혐의를 증명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김해상가와 오락실 지분
정씨 형제는 30억원 중 9억2,000만원을 경남 김해 내동 상가 1층 점포를 사위 이모씨 명의로 구입하는데 썼다. 그리고 그 곳에 사행성 성인오락실 '리치게임랜드'를 여는데 추가로 7억~8억원 가량을 썼다. 총 18억원 안팎을 투자한 것이다.
오락실은 정씨 어머니 명의로 돼 있고 운영과 관리는 정씨 동생 광용씨와 추삼씨가 맡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 상가와 오락실의 실제 주인이 노씨이거나, 정씨 형제와 노씨가 공동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가 건물에 홍 사장이 5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던 것도, 바로'관리자'인 정씨 형제가 노씨가 실제 소유한 상가 점포를 함부로 팔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 오락실 수익금
정씨 형제는 김해 내동 성인오락실을 1년간 운영했고, 부산 수영구에서도 오락실을 임대해 4개월 가량 영업했다. 오락실 한 곳의 하루 순익은 2,000만원 정도. 검찰은 오락실 직원들을 조사하고 수익금을 추적해 오락실 순익이 노씨에게 흘러 들어간 물증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락실 수익금이 노씨에게 전달됐다는 것은 노씨가 사실상 오락실의 실소유자라는 것을 뒷받침 하는 중요한 증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락실의 이익금 일부가 노씨에게 전달됐다는 것만으로 오락실이 노씨 소유라는 것이 100% 확정되지는 않는다. 한, 두 차례 부정기적으로 적은 금액만 받았다면 세종증권 매각과 상관없이 인사치레로 건네진 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오락실 수익금이 정기적으로 꾸준히 제공됐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왔고 노씨에게 전달된 금액이 수억원에 이른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그 외 12억~13억원+α
상가와 오락실을 빼면 30억원 중 12억~13억원 가량의 돈이 남는다. 검찰은 이 돈이 여러 개의 차명계좌로 쪼개져 관리되다가 2006년 정씨가 대표를 맡았던 제피로스 골프장의 회원권을 샀다가 되파는 방식으로 돈세탁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정씨 형제와 노씨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 돈도 상당부분 노씨와 관련이 있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가 30억원과 별도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정씨 형제가 세종증권 매각 로비 대가로 30억원을 약속받은 시점은 2005년 3월쯤. 이 때 이미 착수금으로 3억~4억원을 받았다. 30억원의 사례비가 확정되던 시점은 노씨와 접촉이 이뤄지기 석 달 전으로, 시간상 노씨와 접촉 후 별도의 사례비가 책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즉 '플러스 알파(+α)'가 노씨측에 따로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정씨 등과 대질 가능성도 남아
노씨 혐의를 입증할 가장 중요한 인물은 정씨 형제다. 홍 사장과 노씨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고, 노씨 몫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쉽지 않았던 것도 수사 초기 정씨의 협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정씨 형제 두 명을 모두 구속하는 초강수를 뒀다. 보통 가족이 공범일 경우, 죄가 중한 한쪽만 구속하는 것이 관례다.
30억원과 노씨의 관계를 시종일관 부인하던 정씨 형제는 구속된 후 일부 노씨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의 지시를 받아 자금 관리를 했던 사위 이모(33)씨까지 구속될 위기에 처한 것도 정씨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가 이날 조사에서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2일 노씨를 재소환 해 정씨와 대질신문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전직 대통령의 친형과 그의 절친한 친구가 검찰 조사실에서 마주봐야 하는 얄궂은 운명을 맞게 된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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