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주식매매 차익 등으로 조성한 것으로 알려진 수백억원의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폭넓게 교류해온 박 회장의 행보를 감안할 때 정치권 유입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지만 검찰은 "박 회장의 탈세와 미공개 정보 이용 부분만 보고 있다"며 애써 수사 확대를 경계하는 눈치다.
박 회장은 여의도 정가에서 '통 큰 후원자'로 유명하다. 정치자금 문제로 몇 번의 사법처리를 받을 만큼 정치권에 쓰는 돈 인심이 후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2002년 대선 직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에게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제공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2006년 5월엔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에게 300만~500만원씩 9,800만원의 후원금을 주면서 정치자금법상 한도 초과를 피하려고 부인 등의 명의를 이용했다가 약식 기소됐다. 이와 별도로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꾸준히 정치 후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후원금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특별 당비 10억여원을 내는 등 나름대로 '정치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다. 자신의 지역기반이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이라는 점을 감안해 참여정부 당시 지역구 야당 의원들도 상당수 챙겼다는 게 정가의 정설이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의 회사와 집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검찰이 계좌추적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박 회장의 자금운용 과정을 계속 파헤쳐 간다면 정치권 연루 정황이 속속 드러날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검찰이 만약 박 회장 수사에서 불법 정치자금 제공과 관련한 단서를 잡는다면 이번 사건은 비자금 의혹을 넘어 정치권의 화약고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벌써부터 '박연차 리스트'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리스트에는 박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참여정부의 친노 인사들이 우선 등장하지만, 박 회장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관리한 한나라당의 중견 정치인들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