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지난 30일. “금융위원회가 외환위기 당시 기업의 생사 여부를 판정했던 기업구조조정위원회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자, 금융위측은 즉각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부활을 검토한 바 없다”는 요지였다.
하지만 이 해명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허위’로 판명 났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간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설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날의 언론보도를 사실상 재확인해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금융위측에 물어봤더니 대답은 더 가관이었다. “위원장 머리 속에 있던 걸 실무자가 몰랐던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 해명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직의 수장과 실무자간에 전혀 소통이 이뤄지지 않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금융불안이 극에 달해있는 시기에, 더구나 기업구조조정과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 위원장의 말이 다르고 실무자의 말이 다르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기 대응이 너무 미숙하다’고 숱한 지적을 받아온 금융위다. 채권안정펀드 조성작업은 준비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전 위원장은 은행구조조정과 관련해 ‘낫과 망치’‘짝짓기’같은 실언성 발언으로 총리로부터 ‘옐로카드’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번엔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설립을 놓고 하루 만에 금융위는 공식부인하고 위원장은 시인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재연되고 말았다. 과연 금융위의 ‘사고’시리즈는 언제쯤 끝이 날는지.
금융당국의 1차 과제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 하지만 지금 금융위는 시장보다도 더 불안한 모습이다. 이쯤 되면 ‘금융위 리스크’란 얘기가 나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제부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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