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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내수 동반침체/ 믿었던 수출마저 곤두박질… '효자' 반도체·휴대폰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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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내수 동반침체/ 믿었던 수출마저 곤두박질… '효자' 반도체·휴대폰 휘청

입력
2008.12.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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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파키스탄에서 석유화학 제품 수출 주문을 받은 O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파키스탄에 도착, 통관까지 마친 상태에서 수입상이 서류상 하자를 이유로 인수를 거부한 것. 운송기간 루피화가 폭락하자 대금 결제가 어렵게 된 수입상이 갑자기 트집을 잡고 나선 것이다. 결국 O사의 제품은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야 할 판이다.

#2 반도체 장비업체 A사는 이달부터 생산량을 줄여야만 한다. 당초 내년 상반기에 3,000만달러 규모의 장비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던 대만의 B사가 갑자기 주문을 연기한 것. 자금 사정이 악화, 내년 상반기엔 도저히 받을 수 없으니 내년 4분기로 인도를 미뤄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만들어 놓은 900만달러의 수출 물량은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게 됐다.

최근 수출업체들이 털어놓은 현장 사례이다. 1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3%나 감소한 것은 글로벌 불황에서 파생되는 이 같은 예측불허의 돌발 변수들도 한 몫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러한 일들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데 있다.

■ 선박 빼고 모든 품목 마이너스

1일 지식경제부의 1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증가한 품목은 선박이 유일하다. 38억달러 어치의 선박이 수출돼 전년 동기 대비 34.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제품의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주력이었던 자동차는 10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25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데다가 글로벌 산업 구조 개편의 영향을 받으며 수출이 13.1%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도 유럽시장 소비침체와 신흥시장 단가하락으로 26.2%나 줄었다. 특히 휴대폰 수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세로 44%나 급감했다.

■ 최대 시장 대중 수출 27.8% 감소

지역별 수출 실적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8%나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과 석유 제품, 반도체의 대중 수출이 모두 50% 가까이 줄었다. 상대적으로 불황을 덜 타는 중동지역 수출만 유일하게 30.6% 늘었지만, 우리 전체 수출에서 중동지역 비중은 5% 안팎에 불과하다.

정부는 당초 연말까지는 수출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얼어붙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 수출도 동반 급랭하게 된 것이다.

정재훈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지난달 업체들로부터 받은 자료 등을 통해 11월 수출이 한자릿수 증가세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서류상의 예측과는 달리 실제로 결과는 두자릿수의 마이너스였다"고 말했다.

이유는 우선 유통망의 붕괴. 지경부측는 "서킷시티 등 유럽과 미국의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수입상이 무너지며 해당 시장의 수입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금융의 위축도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할부금융시장이 무너지며 수요가 있어도 금융경색으로 구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결국 수출위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 시점에선 예측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일단 정부가 목표 삼은 내년도 5,000억달러 수출은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지경부 관계자도 "목표를 수정하진 않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 車업계 감산 돌입… 협력업체·지역경제 '칼바람'

"감산 얘기가 본격화한 2주 전부터 손님이 30~40% 가량 줄었습니다. 내년부터 더 나빠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GM대우차 부평공장 인근 등촌샤브칼국수집 이모(46) 사장)

"직원들이 한 달에 한번 하던 회식도 주저하면서 구조조정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현대차 전주공장 한모(41)씨)

글로벌 경기침체 후폭풍이 국내 자동차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내수 판매가 빠르게 얼어붙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이 감산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업체들은 이미 감원공포에 휩싸였고, 인근 상가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며 울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11월 내수판매량은 총 7만4,217대로, 전년 동월에 비해 27.3%나 하락했다. 업체별로는 GM대우가 4,537대로 56.9%나 급락했고, 현대차도 3만5,902대로 34.4% 줄었다.

쌍용차는 1,632대로 59.2% 급감했고 르노삼성차는 6,001대로 20.7% 줄었다. 특히 쌍용차는 최근 유동성 부족을 겪으며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SAIC)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함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감산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토스카'와 '윈스톰'을 생산하는 GM대우 부평2공장의 생산라인이 이날 멈춰선 것을 비롯, 부평1공장과 군산ㆍ창원공장이 22일부터 조업을 중단한다.

현대차도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이 1주일에 4일씩 하루 2시간 가까이 실시했던 잔업과 한 달 3~4일 가량의 주말 특근을 이날부터 중단했다.

앞서 현대차는 울산2ㆍ4공장의 주말특근을 중단하는 등 전체 7개 공장 중 6개의 주말 특근과 잔업중단을 통해 생산량을 2만대 가량 줄일 예정이다. 이밖에 기아차와 르노삼성도 특근ㆍ잔업 및 근무체제 변경을 통해 감산에 나서고 있다.

감산의 여파는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로 곧바로 번지고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인 덕양산업은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고, GM대우 협력업체인 태원물산은 15일부터 조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완성차 공장들이 모여 있는 울산, 전주, 군산, 부평 지역의 상가 피해도 적지 않다. GM대우 부평공장 인근 진미식당의 윤(38)모 사장은 "장사가 워낙 안돼 세(임대료)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빨리 생산라인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산업팀

● 中企 41% "구조조정 계획"

경기 시화 공단내에서 건축용 스티로폼 단열재를 생산하는 A업체 K과장은 요즘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조만간 회사에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두고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란 소문이 사내에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딴 곳에 가 있다"며 "'혹시 내가 이번에 짤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직원들 모두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가 중소 기업들에게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촉발된 이번 경기 불황으로 경영상황이 열악한 중소 기업들의 해고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대규모 실업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1일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중소기업 393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가?'라는 설문에 41.2%에 해당하는 업체가 '그렇다'고 답했다.

고려하고 있는 구조조정 방식은 대개 '자발적인 퇴사 유도'(42.7%)와 '권고사직'(33.3%) 등의 형태를 선호했다. 또한 구조조정 규모는 전체 인력의 '5% 미만'(42.6%)이 가장 많았으며 '5% 이상~10% 미만'(19.8%), '20% 이상~30% 미만'(14.1%) 등이 뒤를 이었다.

구조 조정될 대상자 후보로(복수응답) 기업들은 '업무성과가 부진한 자'(66.7%)와 '잦은 지각 등 근태가 불성실한 자'(52.5%)를 우선 대상으로 꼽았다.

구조조정 이외 경기불황으로 채용에서 달라진 점은 없느냐는 물음에는 설문기업의 57.0%가 '있다'고 답해 인력 보강에 애로사항을 반영했다. 달라진 점으로(복수응답) '채용 자체를 당분간 보류'(51.8%)한다거나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채용'(32.1%)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와 관련,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계당국의 보다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이창민 주임연구원은 "현재 처해 있는 경기 불황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인력 채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며 "공공근로자 확보나 국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서라도 저소득 서민층들을 위한 일자리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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