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20층에 오픈한 일 식당'스시 조(朝)'의 이희종(35ㆍ사진) 지배인의 애칭은'스시 조 토박이'다. 1994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스시 조에 첫 발을 내디딘 이래 14년을 줄곧 이곳에서 일하며 여성으로 일식당 지배인 자리를 꿰차면서 얻은 별명이다. 일식당에서 일하다 보면 일본 전통 술인 사케에 대한 공부는 기본을 넘어 전문가의 수준에 달해야 한다.
사케 전문가가 되라는 상사의 주문에 처음 몇 달은 매일 저녁 서울시내 모든 사케 바를 찾으며'사케의 묘미'를 느끼는데 주력했다. 처음엔 맛도 모른 채 마시기만 했지만 일본식 주점인 어느 이자까야에서 미소구이와 함께 마신 겐비시를 통해 사케의 조화와 깊은 맛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간 사케 삼매경에 빠진 그는 내년 1월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할 만큼 사케 매니아가 됐다. 이 지배인은 "사케는 쌀로 빚은 와인으로 등급별로 각기 다른 맛과 향이 있다"며 "처음엔 구분하기 힘들지만, 지금은 오히려 와인보다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배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케 브랜드는 바로'긴료(金陵) 키라메키'이다. 긴료는 양조장 이름이고, 키라메키는'빛나다'란 의미. 긴료 키라메키는 영롱한 수정을 만드는 정성어린 마음가짐으로 주조용 쌀의 최고봉인 야마다니시키 쌀을 35%까지 정미, 이중 30%만 엄선한 원료로 빚은 술이다. 추운 겨울 밤을 새가며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담았다는 이 사케의 맛을 아는 주당들은 "술이 아니라 절대 예술의 맛을 가진 예술품"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 지배인이 사케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케에 담긴 장인정신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다. 사케를 만드는 장인들은'사케를 술 잔에 따른 후 그 위에 거울을 놓고, 거울을 통해 비친 술의 맑음을 통해 장인 정신을 느낀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이 같은 장인정신이 바로 사케에 배어있어 사케 한 잔 속에서 그 가치를 탐닉하는 과정이 이 지배인의 주도(酒道)인 셈이다.
그의 사케에 대한 애정은 스시 조의 사케 셀러와 그 안에 들어있는 13종의 독점 사케에도 배어 있다. 이 지배인은 스시 조의 사케 바 컨셉을 '불언지화(不言之化)'라고 정했다."말하지 않고 덕으로 감화시킨다는 의미로 새로움(新)과 향기(香), 사람(人), 아름다움(美) 등 네 글자로 사케 바의 컨셉을 보여주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