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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에 필요한 건 억지가 아닌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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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에 필요한 건 억지가 아닌 지혜

입력
2008.12.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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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전면적 국정쇄신과 비상체제 구축을 촉구했다. 위기에 휘말린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한 노력과 각오를 촉구한 것이라면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싫든 좋든 국정 일부를 책임질 수밖에 없는 야당 대표로서 취해 마땅한 태도였다.

그러나 회견 내용은 그런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우선 국민 일반의 인식과 동떨어진, 정치적 이해타산의 잣대만 빛났다. 그는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위기와 국민의 두려움을 외면하고 있어, 어디서도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이 손발이 맞지 않거나 실행보다 말이 앞선다는 지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직면한 경제위기를 대통령과 정부만 인식하지 못한다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은 과장법이라 해도 지나치다.

이런 과장법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부자 감세, 반민주 악법, 국민 감시, 편 가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에서 그 참뜻이 확연해진다.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민생대책의 효율성 적절성을 따지기보다 이념적 잣대로 내치겠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다짐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국회를 무력하게 만들어 온 '무조건 반대'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다. 당내에서야 늘 하던 말이므로 별 거부감 없이 거론했는지 몰라도 국민 일반의 귀에는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스스로 만드는 편 가르기와 과장만 아니었던들, 정 대표가 제안한 '긴급대책'은 참고가 될 만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확충하고,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지원하는 데 애쓰자는 주장의 기본방향에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제1야당의 대표가 국회에서의 정치공방도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정부 예산안은 경제위기를 외면한, 부자만을 위한 예산"이라고 주장한 것은 무모하다.

제1야당의 이런 자세는 오히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지키겠다는 한나라당의 강행 처리 욕구를 자극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 그것이 중첩되면 민주주의의 진정한 위기로 이어진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약세를 가리는 무리수가 아니라 당과 국가의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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