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해 도입된 대주단 자율 가입이 오히려 금융기관의 건설사 채권 회수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대주단을 통한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이 당초 취지대로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비밀 유지가 관건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다 제도적 허점마저 드러내고 있어 대주단 자율 가입에 대한 건설업계의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1달여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대주단 가입 신청 후 승인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기관의 채권 회수. 대주단 가입 이후에는 모든 금융권 대출이 1년간 만기가 연장되지만 가입 승인 전에 돌아오는 채권 회수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상환 유예가 불가능하다는 점.
실제로 지난달 28일 오후 대주단(채권단) 협약 가입을 신청한 A중견건설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100억원의 채권 회수 통보를 받았다. 대주단 가입 신청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일부 채권기관이 대출금 회수에 나선 것. 예상치 못한 응급 상황을 맞은 A사는 소속 업계 단체에 협회 차원의 긴급구조를 요청했고, 이날 밤 9시 정부 및 채권기관 관계자 등이 긴급회동을 갖는 소동이 빚어졌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주단 가입) 신청후 승인 과정 사이에 돌아오는 건설사 채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필요하지만 문제가 쉽지 않다”며 “대안이라 해봐야 대주단 가입 신청 즉시 채권 회수를 금지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럴 경우 주채권은행이 다른 금융사에 모두 통보를 해야 해 비밀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주단 가입 신청 후 가입승인이 떨어지기 전에 금융기관이 서둘러 채권 확보에 나설 경우 A사와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견 건설업체 B사 관계자는 “대주단 가입 승인이 최종 결정된 것도 아니고, 신청했다는 소문만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금융기관들이 서둘러 채권 회수에 나선다면 어느 회사가 대주단에 가입하겠느냐”며 “(대주단 가입이) 호랑이 굴인지 알고서도 제 발로 굴 안으로 들어갈 회사는 한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인 C사는 “대주단 가입 시한 문제도 그렇고 운영 방침이나 지원 기준 등 뭐 하나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구분된 것 하나 없이 정부 의지만으로 건설사 가입을 유도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권은 건설사와의 공생 의지를 분명히 하고, 정부는 하루빨리 정확한 시행 가이드라인을 밝혀 업계 혼란과 제도의 불투명성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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