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불황이 연례 행사인 송년회 풍속도를 확 바꿔놓았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송년회를 아예 생략하고 그 비용을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쓰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방재시설 전문 업체인 리트코가 그런 경우다. 이 회사 김은수 대표는 최근 140여명의 직원들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이런 내용이다. "봉사활동으로 송년회를 대체하자는 신입사원 안인찬씨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회사측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나섰고, 경기 성남 운중고개 도로 결빙방지 시설 공사를 맡겼던 성남시에 문의해 저소득층 밀집지역 고등동을 봉사 활동 장소로 정했다.
봉사 활동 기금으로 300만원을 준비했다.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150만원과 송년회 비용 150만원이 합쳐졌다. 쌀 20㎏ 120포대와 라면 60상자를 준비해 지난달 28일 직원 30여명이 직접 고등동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아 든 독거노인 박모(67)씨는 "이 추운 겨울에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귀한 음식들"이라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거동이 불편해 한 달 이상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김모(49ㆍ무직)씨도 "겨울나기가 막막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가스공사 여직원들은 6일이 기다려진다. 서울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 영아보호소를 찾기로 한 날이다. 여직원회 소속 80명은 송년회 비용으로 마련했던 120만원을 성금으로 내놓고 미혼모와 영아들을 돌볼 생각에 들떠 있다.
현대자동차 해외서비스실 소속 직원들은 6, 7일께 서울 암사동의 한 어린이 재활시설을 찾아간다. 이 회사 박용주 과장은 "실원 50명이 모은 성금 200만원과 회사 송년회 지원금 300만원으로 아이들에게 줄 옷과 동화책, 장난감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건설업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B건설사는 직원 사기진작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들여 해오던 송년회를 접고 어린이 보육시설 봉사를 다녀오기로 했다. 성탄절을 전후해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직원이 보육시설을 찾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되기로 했다.
리트코 이은주 과장은 "소비적인 송년회로 돈과 시간을 허비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며 "다른 기업들도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이웃들을 돕는 데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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