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비료회사인 남해화학도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에게 넘어갈 뻔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이 수감되면서 다행히 인수추진이 무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남해화학 주식이 1주당 1만원 이상 뛰어 박 회장이 또 다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챙긴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농협에서 인수한 휴켐스는 지난 해 7월 “농협중앙회가 대주주로 있는 남해화학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공시했다. 남해화학은 국내 최대 비료회사로 이전 정권에서 북한에 보낸 비료(연간 30만∼40만톤)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기도 했다. 휴켐스는 2002년 남해화학에서 분리돼 멜라민ㆍ메탄올ㆍ질산 등을 생산하는 정밀화학업체로 거듭났다.
농협은 2006년 6월 휴켐스 주식 중 46%를 태광실업에 넘겼고, 이후 보유 중이던 남해화학 주식 56%도 태광실업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했다. 모두 박연차 회장과 정대근 당시 농협 회장의 ‘커넥션’ 하에서 추진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올 1월 휴켐스가 “농협이 지분 매각 의사가 없다고 밝혀 인수 검토를 종결한다”고 공시하면서 거래는 없던 일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현대차 사건으로) 감옥에 가는 바람에 남해화학은 안 넘어갔는데, 당시 농협내부에서 휴켐스는 줘도 남해화학은 농민들과 직접 관계된 것이라 절대 넘기면 안 된다며 만류했다고 한다”며 “당시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공신’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수는 좌절됐지만 남해화학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7월 7,000원대였다가 올해 1월께 2만원선까지 상승했다. 박 회장이 세종증권이나 휴켐스처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남해화학 주식에도 투자에 거액의 차액을 남겼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남해화학 부분까지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그 같은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태광실업의 남해화학 추진 과정은 정 전 회장의 사법처리 궤적과 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정 전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뒤 남해화학 인수 추진을 발표했고, 최종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받은 직후에 남해화학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박 회장이 휴켐스를 인수하기 앞서 차명계좌를 통해서 정 전 회장에게 전달했던 20억원이 2차례씩이나 반환되는 ‘이상한 거래’의 경위도 남해화학 인수시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 회장은 2006년 1월 정 전 회장에게 차명으로 20억원을 전달했다 정 전 회장이 그 해 5월 현대차 뇌물사건으로 구속수감되자 9월께 돈을 돌려 받았다.
그런데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또다시 이 돈을 수감 중인 정 전 회장에게 보냈고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착수된 올해 7월 다시 돌려 받았다. 박 회장이 20억원을 다시 보낸 시점은 휴켐스가 남해화학 인수추진 공시를 낸 직후로 검찰은 남해화학 인수를 위한 대가성 거래로 파악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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