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려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무기 연기시킨 데 이어 에어버스 구매 계획을 위한 회동까지 전격 취소하는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주권 침해에 대한 정당한 실력행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계는 힘이 커진 중국이 경제적 압력을 동반한 외교전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는 분위기이다.
중국은 27일로 예정된 프랑스 에어버스 150대 구매 사업 회동을 취소했다. 140억~170억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판매 건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해 베이징을 방문해 성사시킨 사업이다. 에어버스측은 "중국이 회동을 취소했지만 구매계약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이 내달 1일부터 프랑스 리용에서 열리는 유럽정상회담에 참가, EU 각국 정상들과 확대정상회담을 갖는 일정도 취소했다.
중국의 조치는 EU 의장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내달 6일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25주년 기념식에 참석, 달라이 라마와 회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미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프랑스가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여긴다면 중국의 주권 문제인 티베트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밝혔다.
중국이 외국 지도자들의 달라이 라마 접견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달라이 라마와 만나자 양국간 경제 협의를 전격 취소하는 등 반년 이상 독일과 냉랭한 관계가 지속됐다.
하지만 에어버스 구매 사업 회동 취소 등과 같은 실력행사는 이례적이다. 펑중핑(馮仲平)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외국 여러 나라들이 중국과는 장사를 하면서 동시에 달라이 라마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으로 티베트 문제가 부각하자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럽 각국 정상들의 올림픽 개막식 불참 캠페인을 주도했던 상황도 이번 조치에 감안됐을 것으로 구미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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